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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The Matrix Resurrections (2021)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간 점이에요. 어설프게 뒤틀지 않고 3편에서 내용이 이어지면서 앞뒤가 맞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가 큰 무리 없이 전편으로부터 흘러서 자연스럽게 전개가 됩니다. 몇 가지 선택에서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야기가 대사 중심으로 전개됨에도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사실 주된 이야기가 대사 위주로 전개되는건 매트릭스 1편부터의 전통이고, 한참 지루해질만 하다가 한번씩 멋지게 액션을 펼치는게 이 시리즈의 스토리텔링 방식이기는 했죠. 매트릭스 1편의 경우에도 이 시리즈의 시그니쳐가 된 불릿타임 액션이 영화 최후반부에 나오기 전까지는 대사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영화관에 조는 관객이 넘쳐나기도 했어요.

후반부의 액션 장면이나 이야기 전개는 좀 미묘한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습니다. 불릿타임 같은 혁신적인 액션 시퀀스는 없어요. 액션 장면에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기는 한데 이게 불릿타임처럼 멋지기는 커녕 공포감을 주는 것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죠. 마지막에 감정적으로 폭발을 일으켜야 하는 장면에서 한번 비틀린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게 전작 팬들에게 어색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구요. 지나치게 PC가 개입한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다음편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이 되기는 할것 같아요. 성모 마리아도 신성이 있다는 식이니까 말이 전혀 안 되는건 아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 모든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게 이 영화의 문제점이에요.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나빠요. 감정적으로 관객을 움직여야 하는 부분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겉돌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의 속도감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매트릭스 1편이 나오던 시점에서도 대사가 많고 속도가 느린 영화였는데, 평균적인 영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 20년 후에도 그때의 속도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니 현대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가 많이 느려요. 20년전 이야기를 이어서 하는데 속도마져 느리니 영화가 더욱 지루할 수 밖에 없죠.

총평하면, 분명 전편을 잇는다는 부분에서는 잘 정리된 이야기이긴 한데, 느린 속도감과 느슨한 연기 지도로 실제 만듦새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영화가 되었다고 느껴지네요.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Spider-Man: No Way Home (2021)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배경이 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스파이더맨 영화판의 판권은 소니 픽쳐스가 갖고 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있으므로 MCU에 스파이더맨이 출연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 간의 계약이 필요합니다. 현재 스파이더맨이 MCU 영화에 나오는건 크로스 라이센싱 같은거에요.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와의 스토리 조율 아래에 소니 픽쳐스가 맡아서 제작하고, MCU 영화에 스파이더맨이 출연하는 부분은 소니 픽쳐스와의 스토리 조율 아래에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맡아서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이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같이 협력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두 회사는 자기가 만드는 영화의 흥행이 주 목적이 됩니다. 소니 픽쳐스는 MCU 영화의 흥행에 상관이 없고,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스파이더맨 영화의 흥행과 무관합니다. 물론 파트너 쪽이 잘 되어서 우리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 더 좋겠지만, 망해도 아무 상관이 없고, 결국 이들의 관계는 계약으로만 맺어진 관계라는 겁니다. 소니 픽쳐스와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스파이더맨 영화가 MCU에 속할 수 있는 영화 3편을 제작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었어요. 물론 재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노 웨이 홈의 각본을 만들던 시점에서는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죠. (MCU와의 연관을 3편 더 연장시키는 재계약이 2021년 여름에야 이루어진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니 픽쳐스 입장에서는 향후 MCU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각본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재계약이 되면 다시 연결하는 내용을 넣더라도, 노 웨이 홈 본편은 연결이 끊어지도록 만들어야 했던거죠.

그리고 엔드게임이 있죠. 엔드게임에서 기존 컨텐츠를 모조리 끌어모아 드림팀을 만들고 이들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이 모든 조합을 놓고 소니 픽쳐스는 다시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를 소화하기로 한 것 같아요. MCU가 소개한 멀티버스를 이용하여 기존의 자사 스파이더맨 영화를 모두 정사로 만들어 한 자리에 모으는 소니 스파이더맨 드림팀을 구성하는거죠.

이 방식에 온전한 자신감은 없었는지, 이번 노 웨이 홈의 제작비는 1억 8000만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럭버스터 영화 치고는 그다지 야심찬 규모는 아니에요. 게다가 기존의 유명 배우 캐스팅을 모두 불러 모아야 하는 부담이 있죠. 그래서 영화 완성도 면으로 문제가 좀 있는데, 우선 영화를 보면 스파이더맨 전작들의 주인공 및 빌런들의 촬영 분량이 아주 적어요. 각 등장 인물이 바뀌는 배경에 얼마나 나오느냐를 따져보면 다들 몇 번 안 나오는걸 알 수 있죠. 액션 장면이 적고 CGI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부분의 영향이 크다고 보여요. 올스타를 모았지만 상당히 빠듯한 예산으로 만든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드림팀을 모은 보람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기존 스파이더맨 주인공들과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행복하던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고, MCU와의 연결을 끊기 위한 기능적인 요구를 넘어서 상당히 비장하고 멋진 결말을 선사했죠.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게는 나름의 행복한 결말을 주었고, 불완전 연소된 듯한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보여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2편의 흥행이 좋지 않았지만 당시 소니 픽쳐스 유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는데, 그 사건 이후 갑작스럽게 시리즈가 중단되는 바람에 못다푼 감정을 많이 해소하는 내용이었다고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성공적인 하드 리셋 이후에 스파이더맨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톰 홀랜드는 재계약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소니 측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새 시리즈를 시작하며 배역을 교체할 가능성도 낮게나마 있다고 보여요. 톰 홀랜드의 출연 여부와 관계 없이 MJ나 네드역의 경우에는 하차가 가능한 상황이 됐구요. 젠데이야는 생각보다 배우가 너무 떠버려서 재계약이 어찌 될 지 예상하기 힘들죠.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계약 여부에 따라 예상하는게 이상한 일이기는 한데, 요즘 시리즈 영화들은 현실적으로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게 아쉽기도 하네요. 하여튼 소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쭉 보아왔던 관객으로서 이번 노 웨이 홈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다음 영화도 기대하게 되네요.

2021년 12월 6일 월요일

Marvel's Spider-Man: Miles Morales (PS5)

인섬니악의 히트작 Marvel's Spider-Man의 후속작입니다. 일단 말로는 후속작이긴 한데 거의 스탠드얼론 DLC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독립 타이틀로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볼륨이 작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 자체는 검증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라 재미있어요. 기본적으로 전작은 웹스윙으로 빌딩 숲을 날아다니기만 해도 재미가 있었는데, 그 부분은 그대로입니다.



형식이 바뀌긴 했지만 수집 요소들이 몇가지 있고, 수집 요소 중에 전작에서 좀 짜증났던 것들은 상당부분 줄어들어서 전작의 피드백이 잘 반영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작은 보스전이 문제더군요. 볼륨이 작기 때문에 보스전이 몇 없는데, 그 보스전들이 대부분 재미가 없어요. 보스의 패턴도 심심하고 플레이어의 액션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씬이나 QTE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감정을 울리는 연출이 몇군데 있는데 이 부분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우 효과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이 들어가 있어서 그래픽 옵션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30FPS에 고해상도에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는 모드, 60FPS에 가변해상도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 모드, 60FPS에 고해상도로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지 않는 모드를 지원합니다. 저는 30FPS에 고해상도에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는 모드로 플레이했는데, 도시 배경의 게임이라 반사가 일어나는 부분이 많아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는 쪽이 그래픽이 훨씬 나아집니다. 60FPS를 선택하는 사용자도 많은 듯 하지만요.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려면 2회차가 필수인데,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굳이 2회차까지 할만한 시간적인 여유는 없어서 1회차만 하고 말았습니다. 전작은 볼륨이 크고 1회차에 플래티넘이 가능해서 확실하게 한 번 플레이한다는 감각으로 몰입해서 했는데, 이번작은 볼륨이 줄어든 대신 2회차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군요.

2021년 11월 22일 월요일

Ghost of Tsushima Director's Cut (PS5)

그래픽이 좋아졌고 듀얼센스에 적극 대응해서 컨트롤러 조작감 같은 건 확실히 좋아졌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게임이라 저장 파일을 승계해서 DLC 부분만 플레이 했는데도 별반 크게 새로운 느낌은 없더군요. PS4로 했을때도 느꼈던건데, 배경 그래픽에 자원을 몰아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이펙트의 품질이 떨어집니다. 물이나 불 표현 같은걸 보면 셰이더 코스트가 아주 저렴한게 느껴져요. PS4에서야 FHD 해상도에 다른 요소들이 좋아서 이펙트의 부실함이 넘어갈 만 했는데 PS5에서 4K 해상도로 보니 더욱 눈에 띠더군요.

아예 처음부터 디렉터즈 컷으로 PS5에서 플레이하는 분에게는 추천할 만한 타이틀일것 같은데, 이미 본편을 다 플레이한 분에게는 굳이 다시 구매할 만한 가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21년 10월 2일 토요일

No Time To Die (2021)

007 시리즈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 직후에 몰아치는 강렬한 액션, 그 이후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뮤직 비디오처럼 나오는 오프닝, 이후의 이야기의 큰 흐름이 공식처럼 정해진 상태에서 작은 변주들로 재미를 주는 구성, 여기에 곁들여지는 아름다운 풍광의 세계 여행, 마지막에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본진에 침투해서 대미를 장식하고 끝나는 흐름까지 영화 한 편 한 편이 다 이러한 공식에 맞춰 제작됩니다. 여기에 언제나 약간의 변주들이 들어가는데, 이 변주가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대한 정도의 차이에 따라 클래식 본드에 가깝다거나 커다란 변화가 들어갔다는 평가만 있을 뿐이죠. 크게 변했다고 평가 받는 작품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멀리 간 경우는 없었다는 느낌이죠.

전전작인 스카이폴에서 기본 공식에 꽤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막상 따지고 보면 뭐 그렇게 멀리 간 것 같지도 않지만), 전작인 스펙터의 경우에는 기본 공식으로 많이 회귀해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었죠. 저는 기본적으로 클래식 본드를 좋아하는 편이라 스펙터도 꽤 재미있게 봤어요. 기본 공식에 맞춘 작품들은 특히 최후반부의 본진 침투 부분이 늘 편리하게 풀리는 편인데, 스카이폴로 007 시리즈에 들어온 팬들이 스펙터에서 이 편리하게 풀리는 부분을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이건 007 시리즈의 약속 같은거라 좀 상황이 편리하게 풀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시리즈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노 타임 투 다이가 특정 부분에서 전작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이 부분에서 실패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초중반까지 상황을 빌드업하는 부분은 전작들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는데, 감독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상당히 꼼꼼하게 묘사하면서 상황을 잘 구축합니다. 기본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본드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어서 작품으로서 거의 역대급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후반부의 본진 침투 부분에서 나옵니다. 기존 시리즈를 보아왔던 팬 입장에서는 후반부의 특정 시점에서 전작들 같았으면 영화가 끝나야 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전작들에서라면 그냥 영화가 끝나고 후일담으로 넘어가는게 맞는 장면이 나와요. 근데 노 타임 투 다이에서는 그 장면 이후에도 영화가 계속되는데, 이후의 부분이 통째로 사족으로 느껴지고 영화가 지극히 지루해집니다.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이 전부 정해진 어떤 그림을 보여주는 결말로 향하고 있어서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건 제작진이 현재의 결말이 강렬한 임팩트를 주기를 원해서 선택한 결과인데, 최후반부의 사족 같은 진행이 임팩트를 다 날려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진행이 왜 필요했는지 좀 의문이긴 합니다. 그냥 '그 장면'에서 영화가 끝나고 우리가 본 영화와는 다른 결말의 후일담으로 넘어갔으면 제작진이 노린 임팩트는 없었겠지만 끝부분이 지루하다는 인상은 안 받았을 것 같거든요. 결국 제작진이 어떤 임팩트를 노리기 위해 선택한 전개가 영화의 끝부분이 통으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남기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감독은 꽤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각본이 갖고 있던 노림수가 좀 무리였다고 봅니다. 여하튼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이렇게 끝났군요. 즐거웠습니다.

2021년 9월 8일 수요일

The Witcher 3: Wild Hunt, Game of the Year Edition (PS4)

예전에 위쳐3를 바닐라(=DLC 없는 버전)로 플레이 하기는 했는데, 몇 가지 이유로 이번에 GOTY판으로 다시 플레이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플레이 하기로 마음 먹은 가장 큰 이유는 PS5를 샀는데 막상 할 게임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고, 위쳐3는 대형 DLC의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못 해본 점도 있고, 당시에 사이드 퀘스트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거의 메인 스토리만 쭉 밀고 말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파고들어 볼 마음이 있었고, PS5로 하면 로딩도 짧고 그래픽도 나아져서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이 2회차 플레이인 셈인데, 다시 해보니 예전에 글을 작성했을 때와는 달리 보이는 점이 있어서 좀 적어볼까 해요.

먼저 건조하게 기술적인 면만 보면, PS5로 구동해서 그런지 로딩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다만 예전에 PS4로 바닐라를 플레이 했을 때 보다 게임 중 크래시가 많이 늘어났네요. PS5에서 실행해서 크래시가 나는 건지 GOTY판에서 안정성이 떨어진건지 구분 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데, 여튼 확연히 안정성이 떨어졌습니다. 자동 저장 기능이 잘 되어 있고 로딩도 빠르기 때문에 크래시가 나도 크게 당황스럽거나 하지는 않지만 역시 크래시가 나면 좀 귀찮기는 합니다.

위쳐3는 트로피 중에 난이도를 올려서 다회차 플레이를 해야 획득할 수 있는게 있는데 지난번에도 조작감이 짜증나서 손을 대지 않았거든요. 이번에 다시 해봐도 조작감은 별로더군요. 플래티넘 트로피는 과감히 포기하고 퀘스트만 다 미는 정도로만 파고 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숨겨진 퀘스트까지 공략을 보고 찾아서 하지는 않았지만 나오는 퀘스트는 다 했고 체감적으로 게임의 80% 이상 즐겼다고 생각하네요.

바닐라에서 스토리 퀘스트 위주로 밀었던 때와 이번에 사이드 퀘스트를 거의 다 밀고 난 후에 감상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역시 사이드 퀘스트는 스크립트 품질이 떨어지는구나 싶어요. 메인 퀘스트 위주로 스토리를 밀었을 때는 퀘스트의 품질이 대부분 훌륭하다고 느꼈는데, 사이드까지 다 민다는 심정으로 플레이 해보니 스토리가 대부분 훌륭하다고까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메인 시나리오 위주로 좋은 거였어요. 그리고 지난번에는 못 느꼈는데 DLC까지 포함하니까 생각보다 오역이 빈번합니다. 이상하게도 오역이 주로 각 시나리오의 막바지에 몰려 있어요.

오픈 월드로서는 역시 문제가 많았는데, 유비식 노가다보다 위쳐3의 노가다가 더 재미 없습니다. 맵 상에 있는 물음표 마커 중에 상당수가 의미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구조인데, 조작감이 떨어지고 전투가 재미 없는 이 게임의 특성상 이 노가다가 너무 많고 너무 재미가 없어요. 어크식 노가다도 악명이 높지만 최소한 어크는 조작감이 좋고 싸우는 감각이 괜찮은 편이라 노가다를 하면서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싶은데, 위쳐3는 결국 포기하게 되더군요.

DLC는 정말 품질이 훌륭하더군요. 스토리는 하츠 오브 스톤 보다 블러드 앤 와인이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연애 루트의 경우 바닐라를 플레이 할 때는 예니퍼를 따라갔는데, 이번에는 퀘스트를 다 해보기 위해 양다리를 걸치다 독거노인이 되는 루트로 갔습니다. 독거노인 루트로 가면 블러드 앤 와인 끝부분에 시리가 나오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독거노인 루트가 진엔딩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더군요.

지난번에는 왜 못 캐치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번에 플레이 하면서 감탄한 부분은 여주인공들에 대한 묘사입니다. 예니퍼와 트리스의 대사나 행동이 상당히 정교하게 조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예니퍼가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아내 같다면 트리스는 나를 아직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 하는 여친 같더군요. 트리스가 나를 잘 모르는구나 싶으면서 지난번에 무의식적으로 예니퍼 루트를 따라갔던 이유가 생각나기도 했구요.

다시 해봐도 이 게임은 전반적인 스토리 품질, 캐릭터 묘사, 배경 그래픽, 잘 조형된 임장감 같은 면에서의 장점이 컸던 것 같아요. 오픈 월드 게임으로서는 조작감이나 전투 시스템에 결함이 있고 단순 반복 퀘스트의 수량과 배치에 문제가 있지만 장점이 단점을 뛰어넘고도 남음이 있는 게임입니다.

2021년 8월 17일 화요일

The Suicide Squad (2021)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한동안 나왔던, 아프리카 독재 국가에 침입하는 일련의 용병들의 임무를 다루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잘 나오지 않는 고전 액션 영화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네요. 요즘의 관객들에게는 이 장르가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제 경우엔 연령 상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옛날 영화도 가끔 찾아보기 때문에 로저 무어가 나온다는 이유로 찾아본 지옥의 특전대(Wild Geese, 1978) 같은 걸 봐서 그런지 새로운 느낌이 없더라구요. 다만 문법은 고전적이지만 어찌됐든 히어로물과 결합을 시켰기 때문에 그림은 새롭다고 할 수 있고, 마지막 대결 장면은 고전 액션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2021년 8월 16일 월요일

Hitman's Wife's Bodyguard (2021)

전작은 그냥저냥 재미있게 봤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영화에요. 이번에 후속작이 나와서 보게 되었는데 전작의 나쁜 면만 가중시킨 후속작이 나와버려서 글을 쓰게 됐네요. 한마디로 전작보다 떨어지는 후속작입니다. 전작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은 보디가드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이겨내는 개인의 성장 이야기와 새뮤얼 잭슨의 그 유명한 개인기인 엄청나게 찰진 욕설로 갈굼당하는 이야기가 섞여서 나름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이번 후속작에서는 전작의 두 축 중 하나인 주인공의 성장이 빠지고 없어요. 그 결과 끊임없이 갈굼당하는 장면만 나와서 지루하기 짝이 없네요. 심지어 주인공이 이 소동에 개입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이번 작의 이야기는 주인공과 아무 관련이 없고, 어쩌다 끼어들게 되어 신나게 갈굼만 당하다 아무 소득도 없이 이야기가 끝나요. 관객 입장에서도 이게 뭔가 싶어요. 전작을 재미있게 보셨더라도 이번 작은 좀 주저하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2021년 8월 15일 일요일

Black Widow (2021)

지금까지 마블 영화 중에 가장 페미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평가받던게 캡틴 마블인데, 블랙 위도우가 나오면서 경신하게 됐네요. 캡틴 마블은 화자가 명확하지 않은 목소리가 여성의 한계를 규정하는 식으로 유리 천장을 묘사하고 브리 라슨이 천장을 깨는 식으로 페미니즘을 나타내는데, 블랙 위도우는 한 발 더 나아가 사악한 남성이 다수의 여성을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상황을 만들고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이를 깨부순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더 노골적으로 내놓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이 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위한 형태로 잡혀 있어서 내용이 명료하지만 재미는 좀 없어요. 여기에 2대 블랙 위도우로 활약해야 할 플로렌스 퓨를 매력적으로 묘사하는데 힘을 주는 바람에 스칼렛 요한슨의 캐릭터가 주인공이면서도 그닥 주도적인 인상이 없어요. 그래서 분명 주인공은 스칼렛 요한슨이지만 플로렌스 퓨를 위한 영화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는거죠. 다만 이야기의 구조를 잘 구축하는데 신경 쓴 영화이기 때문에 액션이 다소 부족하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비어보이지는 않더군요. 그냥 좀 밋밋할 뿐이죠.

2021년 6월 24일 목요일

Assassin's Creed: Valhalla (PS5)

요즘 만사가 귀찮아서 글을 못 쓰고 있는데 생각난 김에 짧게 쓸까 합니다.

발할라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고 할 만은 한 게임인데, 전작인 오디세이가 더 재미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메인 시나리오도 오디세이가 더 재미있고 서브 퀘스트 시나리오도 오디세이가 더 막장이고 게임 안정성도 오디세이가 더 나았습니다. 심지어 배경의 다양성도 오디세이가 더 좋아요. 잉글랜드의 풍경은 아름답긴 하지만 우중충하고 단조롭습니다.

PS4-PS5 양쪽으로 출시된 크로스젠 타이틀을 PS5에서 플레이해서 그런지 쾌적한 느낌은 있었네요.

2021년 3월 29일 월요일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을 봤습니다.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 2분에 이르는, 2017년 영화판에서 구현 못 했던 잭 스나이더의 원안을 그대로 구현한 판본이죠. 꽤 재미있게 봤어요. 시간적 여유를 갖고 풀어나가다 보니 이야기도 풍부해졌고 사건의 인과관계도 잘 들어맞게 되었더군요. 작정하고 감독의 원안을 그대로 따라가서 4시간의 러닝타임을 갖게 됐지만, 에필로그 부분을 팍 줄이고 악몽 같은거 날리고 슬로모션 들어간 장면들 줄이고 중간중간에 스토리 압축하면 2시간 30분 정도로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2017년에 그렇게 만들었으면 평가가 훨씬 좋아서 후속작까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이전 영화판의 나쁜 결과물은 감독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따지고 보면 제작사인 워너는 분명히 2시간짜리 한편으로 주문을 넣은거고, 결국 그걸 거부하고 4시간짜리 시나리오를 쓴 스나이더도 2017판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것 같아요.

이 스나이더 컷 자체는 꽤 좋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 궁금해져서 스나이더가 공개한 저스티스 리그 후속작의 내용을 찾아 봤더니 워너가 후속작을 승인하지 않고 2시간짜리 한 편으로 제한한 이유가 납득이 가더군요. 사건을 움직이는 핵심 장치가 안일해서 차라리 안 만들어진게 다행이다 싶은 이야기였어요. 이 판본을 관람하고 나면 후속작도 보고 싶어지겠지만, 현재 캐스팅 유지하며 속편 찍기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스나이더 본인이 계획했던 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를 잇는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거라는게 어찌보면 다행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