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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The Matrix Resurrections (2021)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간 점이에요. 어설프게 뒤틀지 않고 3편에서 내용이 이어지면서 앞뒤가 맞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가 큰 무리 없이 전편으로부터 흘러서 자연스럽게 전개가 됩니다. 몇 가지 선택에서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야기가 대사 중심으로 전개됨에도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사실 주된 이야기가 대사 위주로 전개되는건 매트릭스 1편부터의 전통이고, 한참 지루해질만 하다가 한번씩 멋지게 액션을 펼치는게 이 시리즈의 스토리텔링 방식이기는 했죠. 매트릭스 1편의 경우에도 이 시리즈의 시그니쳐가 된 불릿타임 액션이 영화 최후반부에 나오기 전까지는 대사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영화관에 조는 관객이 넘쳐나기도 했어요.

후반부의 액션 장면이나 이야기 전개는 좀 미묘한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습니다. 불릿타임 같은 혁신적인 액션 시퀀스는 없어요. 액션 장면에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기는 한데 이게 불릿타임처럼 멋지기는 커녕 공포감을 주는 것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죠. 마지막에 감정적으로 폭발을 일으켜야 하는 장면에서 한번 비틀린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게 전작 팬들에게 어색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구요. 지나치게 PC가 개입한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다음편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이 되기는 할것 같아요. 성모 마리아도 신성이 있다는 식이니까 말이 전혀 안 되는건 아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 모든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게 이 영화의 문제점이에요.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나빠요. 감정적으로 관객을 움직여야 하는 부분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겉돌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의 속도감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매트릭스 1편이 나오던 시점에서도 대사가 많고 속도가 느린 영화였는데, 평균적인 영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 20년 후에도 그때의 속도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니 현대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가 많이 느려요. 20년전 이야기를 이어서 하는데 속도마져 느리니 영화가 더욱 지루할 수 밖에 없죠.

총평하면, 분명 전편을 잇는다는 부분에서는 잘 정리된 이야기이긴 한데, 느린 속도감과 느슨한 연기 지도로 실제 만듦새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영화가 되었다고 느껴지네요.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Spider-Man: No Way Home (2021)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배경이 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스파이더맨 영화판의 판권은 소니 픽쳐스가 갖고 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있으므로 MCU에 스파이더맨이 출연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 간의 계약이 필요합니다. 현재 스파이더맨이 MCU 영화에 나오는건 크로스 라이센싱 같은거에요.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와의 스토리 조율 아래에 소니 픽쳐스가 맡아서 제작하고, MCU 영화에 스파이더맨이 출연하는 부분은 소니 픽쳐스와의 스토리 조율 아래에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맡아서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이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같이 협력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두 회사는 자기가 만드는 영화의 흥행이 주 목적이 됩니다. 소니 픽쳐스는 MCU 영화의 흥행에 상관이 없고,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스파이더맨 영화의 흥행과 무관합니다. 물론 파트너 쪽이 잘 되어서 우리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 더 좋겠지만, 망해도 아무 상관이 없고, 결국 이들의 관계는 계약으로만 맺어진 관계라는 겁니다. 소니 픽쳐스와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스파이더맨 영화가 MCU에 속할 수 있는 영화 3편을 제작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었어요. 물론 재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노 웨이 홈의 각본을 만들던 시점에서는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죠. (MCU와의 연관을 3편 더 연장시키는 재계약이 2021년 여름에야 이루어진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니 픽쳐스 입장에서는 향후 MCU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각본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재계약이 되면 다시 연결하는 내용을 넣더라도, 노 웨이 홈 본편은 연결이 끊어지도록 만들어야 했던거죠.

그리고 엔드게임이 있죠. 엔드게임에서 기존 컨텐츠를 모조리 끌어모아 드림팀을 만들고 이들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이 모든 조합을 놓고 소니 픽쳐스는 다시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를 소화하기로 한 것 같아요. MCU가 소개한 멀티버스를 이용하여 기존의 자사 스파이더맨 영화를 모두 정사로 만들어 한 자리에 모으는 소니 스파이더맨 드림팀을 구성하는거죠.

이 방식에 온전한 자신감은 없었는지, 이번 노 웨이 홈의 제작비는 1억 8000만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럭버스터 영화 치고는 그다지 야심찬 규모는 아니에요. 게다가 기존의 유명 배우 캐스팅을 모두 불러 모아야 하는 부담이 있죠. 그래서 영화 완성도 면으로 문제가 좀 있는데, 우선 영화를 보면 스파이더맨 전작들의 주인공 및 빌런들의 촬영 분량이 아주 적어요. 각 등장 인물이 바뀌는 배경에 얼마나 나오느냐를 따져보면 다들 몇 번 안 나오는걸 알 수 있죠. 액션 장면이 적고 CGI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부분의 영향이 크다고 보여요. 올스타를 모았지만 상당히 빠듯한 예산으로 만든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드림팀을 모은 보람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기존 스파이더맨 주인공들과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행복하던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고, MCU와의 연결을 끊기 위한 기능적인 요구를 넘어서 상당히 비장하고 멋진 결말을 선사했죠.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게는 나름의 행복한 결말을 주었고, 불완전 연소된 듯한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보여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2편의 흥행이 좋지 않았지만 당시 소니 픽쳐스 유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는데, 그 사건 이후 갑작스럽게 시리즈가 중단되는 바람에 못다푼 감정을 많이 해소하는 내용이었다고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성공적인 하드 리셋 이후에 스파이더맨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톰 홀랜드는 재계약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소니 측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새 시리즈를 시작하며 배역을 교체할 가능성도 낮게나마 있다고 보여요. 톰 홀랜드의 출연 여부와 관계 없이 MJ나 네드역의 경우에는 하차가 가능한 상황이 됐구요. 젠데이야는 생각보다 배우가 너무 떠버려서 재계약이 어찌 될 지 예상하기 힘들죠.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계약 여부에 따라 예상하는게 이상한 일이기는 한데, 요즘 시리즈 영화들은 현실적으로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게 아쉽기도 하네요. 하여튼 소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쭉 보아왔던 관객으로서 이번 노 웨이 홈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다음 영화도 기대하게 되네요.

2021년 12월 6일 월요일

Marvel's Spider-Man: Miles Morales (PS5)

인섬니악의 히트작 Marvel's Spider-Man의 후속작입니다. 일단 말로는 후속작이긴 한데 거의 스탠드얼론 DLC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독립 타이틀로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볼륨이 작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 자체는 검증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라 재미있어요. 기본적으로 전작은 웹스윙으로 빌딩 숲을 날아다니기만 해도 재미가 있었는데, 그 부분은 그대로입니다.



형식이 바뀌긴 했지만 수집 요소들이 몇가지 있고, 수집 요소 중에 전작에서 좀 짜증났던 것들은 상당부분 줄어들어서 전작의 피드백이 잘 반영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작은 보스전이 문제더군요. 볼륨이 작기 때문에 보스전이 몇 없는데, 그 보스전들이 대부분 재미가 없어요. 보스의 패턴도 심심하고 플레이어의 액션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씬이나 QTE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감정을 울리는 연출이 몇군데 있는데 이 부분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우 효과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이 들어가 있어서 그래픽 옵션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30FPS에 고해상도에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는 모드, 60FPS에 가변해상도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 모드, 60FPS에 고해상도로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지 않는 모드를 지원합니다. 저는 30FPS에 고해상도에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는 모드로 플레이했는데, 도시 배경의 게임이라 반사가 일어나는 부분이 많아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는 쪽이 그래픽이 훨씬 나아집니다. 60FPS를 선택하는 사용자도 많은 듯 하지만요.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려면 2회차가 필수인데,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굳이 2회차까지 할만한 시간적인 여유는 없어서 1회차만 하고 말았습니다. 전작은 볼륨이 크고 1회차에 플래티넘이 가능해서 확실하게 한 번 플레이한다는 감각으로 몰입해서 했는데, 이번작은 볼륨이 줄어든 대신 2회차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