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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Atomic Blonde (2017)

극 전체의 흐름이 서술 트릭을 이용하여 막판에 반전을 주려했던 구성인 것으로 보이는데, 반전이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네요. 아토믹 블론드의 이야기는 두 개의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파이들의 목록을 찾으려는 첩보기관간의 암투와 이중스파이인 사첼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그 큰 축들인데, 영화를 보면 첩보기관간의 암투는 잘 드러나지만 이중 스파이의 정체를 밝히는게 왜 중요한지는 별로 와 닿지 않아요. 그런데 마지막 반전이 이중 스파이의 정체에 걸려 있다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막판에 등장인물들의 심각함이 와 닿지 않고 그저 시큰둥해지는거죠. 이런 각본상의 문제 외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샤를리즈 테론의 누드나 액션 연출 같은 요소들은 괜찮은데, 전반적으로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연출의 흐름이 느린 느낌이에요. 뭐랄까, 샤를리즈 테론의 팬이라면 즐길만한 영화일것 같지만, 액션/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좀 아쉬운 느낌이네요.

2017년 10월 7일 토요일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NS)

꽤 재미있게 했고 정말 잘 만든 게임입니다. 한 100시간 정도는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뭐랄까, 오픈월드 게임 장르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게, 게임 시스템이라는 면에서 보면 오히려 기존의 트렌드보다 약간 후퇴한 면이 있어요. 전반적으로 젤다의 세계관에 맞춰서 약간의 변형을 거치긴 했지만, 특정 위치를 찾아가서 맵을 여는 방식이나 지역 곳곳에 포털을 열어 이동을 편하게 하는 등 기틀이 되는 요소들은 기존 오픈월드 게임들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완성도 면에서 이번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이 여기서 더 나아간 부분은 물리 기반의 액션을 적극 도입하고 몬스터의 AI를 꼼꼼하게 다듬은 것 등이구요.

기획 면에서 제가 보기에 이번 젤다의 장점은 최근 오픈월드 게임들의 표준이 된 정도의 편의성 제공 수준에서 일보 후퇴하여 플레이어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재미를 준 겁니다. 기존의 오픈월드들이 점점 넓어지는 월드, 세밀한 상호작용, 고차원적인 소셜요소들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 야숨은 뒤로 한발 물러서서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반복작업을 유도하는 대신 반복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수집요소를 개입시켰습니다. 이러한 수집요소들을 통해 소위 말하는 일본 게임식의 파고들기(야리코미やり込み)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막상 해보면 명성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진 않았겠구나 싶은 면이 많이 보이는데, 이를테면 성우를 통해 더빙된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라거나, 컷씬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됐지만 좀 애매하거나 한 부분에서는 아주 고전적인(그리고 무성의해 보이는) JRPG식 대화창으로 때웠다거나 하는 등의 것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런 면들을 기획에서 커버했다 싶은게 앞서 이야기한 편의성의 후퇴를 통한 수집이구요.

끝으로 제가 야숨을 클리어하고 나서 느낀 점을 정리해볼까 해요. 시스템적으로 일보 후퇴하여 불편함을 주는 것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건 좋았지만 이게 오픈월드의 전반적인 트렌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야숨을 통해서 기존에 정립되어 고착화 되어가던 시스템을 한 번 쯤 되돌아보는 계기는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에는 야숨 외에는 할 게 하나도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