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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트레일러를 보고 든 잡상

이전에 야숨에 대한 포스트 에서도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야숨은 잘 만든 게임이지만 오픈월드 장르에 어떤 혁신을 가져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숨에서 새롭게 도입했던 요소들 중에 현시점에서 평가했을때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요소는 물리 기반의 퍼즐 및 전투 시스템인데, 이걸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야숨 제작진은 월드의 개체 밀도를 크게 낮췄죠. 실사 기반인 서구권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월드의 밀도를 물리 시뮬레이션이 돌아갈 정도로 낮출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건 알면서도 따라할 수 없는 요소였고, 결국 야숨이 오픈월드 장르에 혁신을 가져오기 보다는 고립된 하나의 시도로 끝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왕국의 눈물 트레일러를 보니 이번 작은 전작보다도 더 고립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야숨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해서 장비와 아이템을 조합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보이는데, 이건 기존 오픈월드 게임의 무기 업그레이드에 물리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아이디어입니다. 분명히 재미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혁신은 아니라고 보여요. 또 야숨류가 대세가 될 수 없었던 동일한 기술적 한계를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립된 하나의 시도로만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NS)

꽤 재미있게 했고 정말 잘 만든 게임입니다. 한 100시간 정도는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뭐랄까, 오픈월드 게임 장르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게, 게임 시스템이라는 면에서 보면 오히려 기존의 트렌드보다 약간 후퇴한 면이 있어요. 전반적으로 젤다의 세계관에 맞춰서 약간의 변형을 거치긴 했지만, 특정 위치를 찾아가서 맵을 여는 방식이나 지역 곳곳에 포털을 열어 이동을 편하게 하는 등 기틀이 되는 요소들은 기존 오픈월드 게임들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완성도 면에서 이번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이 여기서 더 나아간 부분은 물리 기반의 액션을 적극 도입하고 몬스터의 AI를 꼼꼼하게 다듬은 것 등이구요. 기획 면에서 제가 보기에 이번 젤다의 장점은 최근 오픈월드 게임들의 표준이 된 정도의 편의성 제공 수준에서 일보 후퇴하여 플레이어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재미를 준 겁니다. 기존의 오픈월드들이 점점 넓어지는 월드, 세밀한 상호작용, 고차원적인 소셜요소들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 야숨은 뒤로 한발 물러서서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반복작업을 유도하는 대신 반복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수집요소를 개입시켰습니다. 이러한 수집요소들을 통해 소위 말하는 일본 게임식의 파고들기(야리코미やり込み)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막상 해보면 명성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진 않았겠구나 싶은 면이 많이 보이는데, 이를테면 성우를 통해 더빙된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라거나, 컷씬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됐지만 좀 애매하거나 한 부분에서는 아주 고전적인(그리고 무성의해 보이는) JRPG식 대화창으로 때웠다거나 하는 등의 것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런 면들을 기획에서 커버했다 싶은게 앞서 이야기한 편의성의 후퇴를 통한 수집이구요. 끝으로 제가 야숨을 클리어하고 나서 느낀 점을 정리해볼까 해요. 시스템적으로 일보 후퇴하여 불편함을 주는 것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건 좋았지만 이게 오픈월드의 전반적인 트렌드가 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