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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2일 목요일

순양전함 나이키 (The Short Victorious War)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3편입니다. 지금까지 번역된 시리즈가 세 권이 전부이므로, 앞으로 한동안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읽기는 어려울 듯 해서 3권까지의 시리즈 총평을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주인공의 출세(?)를 따라가는 시리즈가 늘 그렇듯,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인 아너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내용에서 전투 장면 보다는 전쟁 전반의 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계급이 높아지면 앞서 나가서 싸우는 입장이 아니게 되니까 별 수 없죠. 저는 긴박한 전투 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2권이 3권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1권은 주인공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약간의 지루함이 있죠. 그래서 재미라는 면에서는 2 > 1 = 3 정도였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3권 쯤 되면 인물 구축이 끝난 시리즈의 후속편이 주는 장점이 있죠. 인물이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오는 희열이라든가 계급 사회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주는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3권도 재미있게 읽었고, 후속작이 나오면 계속 볼 생각입니다.

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여왕 폐하의 해군 (The Honor of the Queen)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2편입니다. 1편보다 스케일도 커졌고 더 재미있네요. 1편에서 전반적인 설정을 다 구축했기 때문에 2편에서는 느리게 진행되는 부분들을 건너뛰고 이야기가 빠르게 본편으로 달려갑니다.

본편에서 과거의 인물로 언급된 오스틴 그레이슨 목사는 미국 기독교계의 실존 인물인 빌 그레이엄 목사의 패러디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광신적인 종교 지도자로 등장한 것 치고는 뭐 그리 사악하게 묘사되거나 하진 않았네요.

현 시점에서 국내 번역은 3편까지만 되어있기 때문에, 저도 빠르게 3편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2019년 11월 28일 목요일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On Basilisk station)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1편입니다. 책 소개에는 1990년대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검색해보니 이 시리즈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걸 보면 일정 수준 이상 성공적인 시리즈였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18세기 영국 해군을 무대로 하는 해전소설인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의 오마쥬로 시작된 소설이라고 하니 어떤 분위기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텐데, 우주전 묘사나 내용전개가 해전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SF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해전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투가 흘러가게 만들기 위해 만든 여러가지 제약들이 있어서 독특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우주전이나 우주에서의 생활을 묘사합니다.

직업상 소설을 읽을때면 나도 모르게 게임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은 게임에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충분합니다. 시리즈가 3편까지 번역되어 나와있던데, 일단 2편도 읽어 볼 생각입니다.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Assassin's Creed: Odyssey (PS4)

이것도 클리어한지 꽤 지나서야 포스팅하게 되네요.

전반적으로 전작인 Origins의 연장선이라는 인상인데, 늘 그렇듯 전작보다 더 다듬어진 느낌이 납니다. Origins에 추가되었던 매를 날려 정찰하는 기능이 독수리를 날려 정찰하는 기능으로 계승되었는데, 이 시스템이 있는 한 어느 정도 비슷한 게임플레이를 제시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이전작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고 전작인 Origins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번 작에는 에게해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블랙플래그 때와 비슷한 함선 파트가 추가되었고, 고전적인 던전 크롤러 스타일의 무덤 탐사 파트도 들어갔습니다. 현대 파트가 나름 스토리상 의미가 있게 된 것도 눈에 띠는 부분이고요.

전투 시스템은 방어가 없어져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전투에 파고드는 플레이어는 아닌지라 시스템의 깊이를 말하기는 어렵고, 난이도 낮춰놓고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전작보다는 약간 편했다는 인상입니다.

남자인 알렉시오스와 여자인 카산드라 중에 한 명을 골라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제작진이 의도한 정사는 카산드라 쪽이라고 해서 그 쪽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전작들과 다르게 NPC와 잠자리를 갖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직접 묘사는 없죠), 여기에 그리스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추가해서 막장성이 배가됩니다.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가 상당히 성인 취향입니다. 시리즈가 오래된 방증일지, 아니면 콘솔 게이머의 연령층이 올라가서일지 모르겠네요.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 신화는 어렸을때 읽었던 것들을 희미하게 기억하는 정도였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배경 지식이 있으니 플레이하기에 좋더군요. 흐릿한 기억이 구체화하는 묘미가 있었네요.

전작에서는 좀 괴랄한 트로피가 많았는데, 이번작은 그것보다는 트로피 공략이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플래티넘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했네요.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John Wick 3 Parabellum (2019)

전작들보다 잔인해졌고 액션 장면이 길어졌습니다. 정확히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런닝타임도 길어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액션이 좀 애매합니다. 전작들에도 그런 장면이 간혹 있었지만, 화면 상에 다수의 적이 있는 상황에서 일부가 액션 시퀀스가 끝나길 기다렸다 달려드는 듯한 장면이 자주 나오고, 그냥 총을 쏘면 될 것 같은 장면에서 굳이 칼을 뽑아 들고 덤벼드는 적들이 많아요. 전반적으로 근접해서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이 많은데, 왜 좋은 총을 놔두고 손으로 칼로 싸우려 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액션 연출과 편집의 실패인데, 전작들보다 짧은 간격을 두고 나온 속편인 만큼 액션을 정교하게 세팅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닐까 싶네요.

처음에 존 윅이 성공했던 이유는 플롯을 단순화하고 액션에 치중했기 때문이었다고 보는데, 시리즈가 길어지다보니 별 수 없이 점차 이야기를 복잡하게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루는 이야기가 약간 흥미있을 듯도 하고 흥미없을 듯도 한 내용인데, 이번 3편은 이 이야기를 멱살 잡고 겨우겨우 진행시키면서 액션을 잔뜩 집어넣는 바람에 초중반이 좀 지루합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기어코 마지막까지 끌고 온 이야기가 나름 모양을 갖춘 채로 다음편을 예고하면서 끝난다는 점이에요. 결국엔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생기게 됩니다. 전작들보다 애매해서 약간 불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야기의 끝맺음과 다음 편으로의 연결이 좋아서 후속작도 보게 될것 같아요.

2019년 7월 8일 월요일

Spider-Man: Far From Home (2019)

개인적으로 좀 실망을 한 터라 내용을 이것저것 짚을게 있어서 스포 많습니다.

이번 스파이더맨에서 실망한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이 영화가 한 명의 히어로의 이야기를 다루는 독립된 영화로서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구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어요. 영화를 다 보고나면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이 됩니다.

토니 스타크가 무책임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무기를 만들어서 피터 파커에게 넘겨줬고, 스타크의 부재와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에 고민하던 순진한 파커는 이를 쉽사리 빌런에게 넘겨줘서 크나큰 위기를 초래했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은 끝에 겨우 수습한다.

이게 끝이에요. 이야기의 큰 골격이 모두 토니 스타크에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토니 스타크가 사고쳤다 수습하는 이 패턴은 지금까지 MCU에 여러차례 나왔던 거고, 이를 스타크의 부재 후까지 끌어다 쓰는겁니다. 이러니 이 영화의 서사를 어떻게 좋게 평가할 수 있겠어요. 이건 거의 아이언맨의 후일담인데다 서사구조가 통째로 지금까지 MCU의 동어반복입니다.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가 처음에 이번 스파이더맨을 페이즈4의 첫 작품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페이즈3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정정했는데, 그렇게 바꿀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내용이 독립적이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그냥 에필로그에 가깝습니다.

두번째로 실망한 부분은 쿠키인데, 지금까지 MCU에서 쿠키를 사용한 방식에 비추어보면 이번 스파이더맨에서의 방식은 굉장히 과격합니다. 본편에서 진행했어야 할 중대한 사항을 쿠키에 던져놓고 뒷편에서 수습하라는 식으로 떠넘겨 놨는데, 이거 무책임할 뿐더러 뒷맛이 찝찝합니다. 영화가 끝났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MCU의 전작들에도 쿠키에서 다음 영화에 대한 힌트나 떡밥을 던져놓곤 했지만, 이런 식으로 본편에 바로 이어지는 큰 덩어리를 그냥 던져주지는 않았잖아요. 이번에 쿠키에서 다음편으로 미룬 문제가 2가지인데, 하나는 빌런이 스파이더맨에게 누명을 씌운거고 하나는 정체를 폭로한건데요. 죽고 없는 빌런에 대한 전작의 문제를 후속작에서 세세히 다루는건 MCU 스타일이 아닌듯 하니 누명 문제는 아마 대사 몇 줄 정도로 넘길 것 같고, 정체를 밝혀버린 부분이 작용해서 스파이더맨이 제2의 아이언맨처럼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드네요.

물론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가 독립적으로 진행한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파커의 정신적인 성장이 다뤄지고 MJ와의 연애에도 뚜렷한 진전이 있죠. 전작이 보여준 하이틴물 분위기를 이어가는것 자체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영화 전체가 본편의 부록인 후일담으로 보이고 그나마도 한 편의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채 끝난 것 같지도 않아요.

p.s. 글 추가합니다.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소니가 갖고 있어서 영화판의 경우 마블이 제작하고 소니가 배급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독특한 구조상 스파이더맨이 완결성을 가진 영화로 자리를 잡으면 소니가 직접 제작하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블이 스파이더맨 영화판의 내용을 일부러 MCU에 강하게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만드는게 아니냐는 이론이 있더군요. 소위 말하는 어른의 사정이 개입했다는 추론인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고 이번 영화에 대한 제 실망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야기가 저렇게 흘러가게 된게 이해가 가기는 하네요.

2019년 5월 31일 금요일

Assassin's Creed: Origins (PS4)

게임을 클리어한지는 좀 됐는데, 요즘 블로깅에 의욕이 떨어져서 글을 못 적다가 겨우 기운을 내서 포스팅해 봅니다.
게임은 변경점이 꽤 있습니다. 전투시스템이 대폭 변경되어서 무기를 휘두르는 범위에 히트박스가 도입되면서 일대다 전투가 가능해졌습니다. 레벨 시스템이 바뀌면서 적 레벨이 높으면 공격이 거의 안 들어가게 되어서 맵의 플레이 순서가 강제되는 면이 생겼습니다. 이런 변화도 변화지만, 게임이 전작들보다 좀 더 다듬어진 면이 있다고 보여요. 일단 쓸데없이 반복적인 수집요소가 많이 줄어들었고, 게임플레이시 막히는 구간이 별로 없도록 난이도 곡선이 더 완만해진 인상입니다.
소소한 차이점이지만 사진찍기 기능을 지원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없는 풍경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다듬어진 게임이라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쭉 달리게 되더군요.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2019년 4월 15일 월요일

Horizon Zero Dawn (PS4)

보통 오픈월드 게임은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은 대신 넓은 공간을 이동하게 만들고, 게임 진행 과정에 따라 이동을 빠르게 하는 장치를 줘서(일종의 포털이나 탈것 등 말이죠) 편의성을 보강하는 식으로 게임을 구성하는데,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이동에 스트레스를 강하게 주는 방식을 택했다는게 인상적입니다. 대신에 시야를 좁게 만들어서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체도 직접 가보면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시야 부분은 사실 약간의 사기인데, 멀리 보이는 물체를 렌더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가까이 있는 물체들이기 때문에 좋은 그래픽 품질을 보여주면서 프레임도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을 주죠. 물론 배경 디자인이 잘 되어야 가능한 방법이지만요.



이동에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이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 이러한 장치를 통해 게임의 긴장감을 비교적 끝까지 유지했다는 점이에요. 보통 오픈월드 게임의 후반이 되면 남아있는 퀘스트를 하러 돌아다니는 과정이 권태롭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이동에 스트레스가 있다보니 남은 퀘스트를 하러 다니는 과정에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어서 권태를 느낄 틈이 없더군요. 대신 퀘스트의 수가 적은 편으로 생각이 되는데, 아무래도 이동 자체가 스트레스인 만큼 퀘스트 수를 늘리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게임을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스토리에 치중한 게임임을 알 수 있는데, 스토리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과거의 사건을 쫓아가는 내용과 현재의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양쪽 다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끝날때 후속작을 위한 떡밥을 하나 남기기는 하는데 이 떡밥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아요.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나올려면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인상만을 남겨요.



플레이하기 전에는 그다지 기대했던 게임은 아닌데, 생각보다 너무 꿀잼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투의 손맛이 좋은 편이고 스토리가 잘 구축된 게임이에요. 생각해보니 플레이어 및 이야기 안에서 주동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개성적이네요.



2019년 3월 11일 월요일

Captain Marvel (2019)

이 영화는 아주 친숙한 두 개의 서사 구조를 결합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정석적인 이야기에 약자의 입장에서 핍박 받는 주인공이 끊임없이 노력하다 각성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어 억압을 가볍게 물리치는 카타르시스 폭발하는 영웅서사가 결합된 구조죠. 초반부의 중심축은 미스터리에 있고 후반부의 중심축은 영웅서사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초반부가 넘어가면서 쉽게 풀리고, 후반부의 영웅서사는 주로 자신을 억압하던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는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어느 면으로 봐도 제작진은 애초에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개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언제부터 헐리웃 블럭버스터가 깊이있는 서사를 갖추었나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전개입니다.

논란이 되었던 페미니즘 요소는 주인공의 억압 중 일부인데, 그것도 그렇게 크게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아요. 블랙팬서 때도 그랬는데, 마블은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입장이 정리된 수준까지만 다루고 그 이상 다루지 않기 때문에 관객에게 고민할 꺼리를 던져주지 않습니다. 블랙팬서에서 다루는 인종차별 문제도 과거에 사회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고 현재 사회가 명백하게 인정하는 수준에 대해서 잘못했지 않냐고 되묻는 수준에서 멈추고, 캡틴마블도 명백히 잘못했다고 현재 사회가 합의한 수준까지만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선에서 멈춥니다. 이 전략이 현명한 이유는 상업영화로서 가장 안전한 지점에서 훈계하는 수준에서 딱 멈추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진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순간 영화의 흥행에도 장애가 될텐데, 마블 제작진은 결코 거기까지는 건드릴 마음이 없는 듯 합니다.

브리 라슨이야 뭐 두말할 나위 없이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인데, 여기서도 좋은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표정연기가 아주 좋더군요. 캡틴 마블은 우주를 날아다니며 포톤블래스트를 날리는 수준의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액션은 대부분 CG가 담당할 수 밖에 없어서 캐릭터 구축을 위해서는 일상적인 대화장면에서의 연기력이 중요했을텐데, 그 점에서 굳이 아카데미 수상자급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었다고 봅니다. 결과물도 좋았구요.

전반적으로 잘 만든 영화였지만,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듯 마리아 램보가 부조종사로 참여하는 대목의 대화장면은 어색했어요. 딸의 보호자로서 목숨을 건 작전에 참가하길 망설이는 것까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거기서 딸이 설득하는 화법이나 거기에 순식간에 수긍하는 과정 같은건 그냥 날림입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완성도에 손해를 미치는 정도였다고 봐요.

뭐 그래도 총평하자면 훌륭한 상업영화입니다.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지금까지 마블 캐릭터들 기준으로는 밸런스 붕괴급이긴 한데, 마블은 필요할때면 다음 영화에서는 또 은근슬쩍 밸런스를 평준화시켜 묘사하기 때문에(제대로 묘사했다면 블랙위도우 같은 캐릭터는 여태까지 남아있을 수가 없죠) 엔드게임에서는 약간 너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년 2월 11일 월요일

Killing Eve Season 1 (2018)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왔던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가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에서 TV 드라마 부문 연기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드라마에 대한 설명이 뭔가 끌리는게 있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이래요. MI5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브 폴라스트리(샌드라 오)는 증인 보호를 위한 경비 인력을 배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만 보호하고 있던 증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브는 프로파일링을 통해 자신의 증인을 포함한 일련의 살인이 연쇄살인범, 그것도 어떤 20대 여성 암살자 한 사람의 소행이라는 가설을 내놓고, 이 가설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MI6 담당자 캐롤린 마틴스(피오나 쇼)에 의해 MI6로 이동하여 암살자를 잡는 임무에 배치됩니다.

이브의 추측대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던 일련의 사건은 여성 암살자 빌라넬(조디 커머)이 혼자 저지른 일이었고,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싸이코패스 암살자인 빌라넬은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챈 이브에게 집착하게 됩니다. '나를 알아봐 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하면서 자신을 쫓는 이에게 반한 듯한(!) 전개죠.

이후에는 당연히 서로의 뒤를 잡기 위해 쫓고 쫓기는 상황이 되는데,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예측불가능함에 있지 않나 싶어요. 빌라넬과 이브의 서로에 대한 집착에 더하여 빌라넬에게 암살 명령을 내리는 조직의 존재가 이야기를 계속 꼬아나갑니다.

한 시즌이 8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에 캐릭터를 구축하는 3화 즈음까지 고비를 넘기면 그 이후로는 눈을 뗄 수가 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던데 아주 기대가 됩니다.

2019년 2월 8일 금요일

Detroit: Become Human (PS4)

장면 단위로 이동하며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고전적인 장르인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를 현대적으로 구성한 게임입니다. 요즘엔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하는것 같던데, 게임 내에서 화면상의 아이템을 찾아 줍는(포인트 앤 클릭) 부분을 돌발 이벤트(Quick Time Event)로 대체했으니 인터랙티브 무비가 맞는 표현이겠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숨가쁜 상황을 제시하며 플레이어를 몰아가는데, 요즘 헐리웃 영화나 대작 게임들의 초반 공식과 같은 방식입니다. 게임이니까 튜토리얼을 겸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초반에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긴박한 상황을 던져주는거죠.

게임은 세 안드로이드, 코너, 카라, 마커스의 이야기로 구성되는데, 코너는 자의식을 가진 안드로이드, 소위 불량품을 추적하기 위해 파견된 프로토타입 안드로이드이고, 카라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구하려는 가정부 안드로이드, 마커스는 하반신 불수의 노인을 간병하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이 세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는 점차 확대되어 자의식을 갖게 된 안드로이드가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우는 거창한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말도 안되게 공이 들었을 모션캡쳐의 분량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편이고, PS4 세대에 와서는 이런 류의 게임에 필요한 정도의 렌더링 성능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시각적인 품질은 나무랄 곳이 없습니다. 게임 후반부에 모션캡쳐 품질이 고르지 못한 부분을 약간 발견하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이런 정도의 결함은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구요.

다만 여타의 많은 게임 웹진 리뷰 등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인데, 시나리오의 질이 좋지 않다는게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다양한 분기가 있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2회차를 하지 않고 접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분기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야기가 별로니까 더 파고들고 싶은 맘이 안 생기더라구요.

초반에는 안드로이드가 자의식을 갖기 위해 어떤 벽을 깨는 듯한 묘사가 나오는데, 나중에는 벽을 깬 안드로이드가 손만 뻗어도 다른 안드로이드에게 자의식이 생깁니다. 게임 내부 세계관에 비추어 보아도 이상한 장면이에요. 사이비 종교 같기도 하고 초능력 묘사 같기도 한 이 대목에서 몰입이 확 깨지더군요.

총평하면,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인터랙티브 무비를 즐길 수 있어서 한번쯤 플레이 해볼만한 게임인데, 스토리의 품질이 아쉬워서 두번 플레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19년 1월 30일 수요일

Marvel’s Spider-Man (PS4)

전반적으로 즐거운 게임입니다. 현재 오픈월드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특정 위치에 도달하면 빠른 이동을 열어서 맵을 밝히는 시스템은 후반부에 맵 전체에 빠른 이동이 활성화 되면서 이동이 편해지면 맵이 아주 좁게 느껴지게 되는게 문제점 중 하나인데, 이 게임은 웹스윙을 통한 이동이 워낙 즐거워서 그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됩니다. 오픈월드게임의 플레이 시간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동이 즐거워지면서 게임 전체의 인상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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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게임은 스파이더맨 영화로 치면 대략 3 타이틀 정도를 하나로 묶은듯한 스토리 볼륨을 갖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빌런의 수도 많고 이들 중 약 반 정도는 이야기를 적당히 자세하게 다뤄주기 때문에 빌런을 묘사하는 스토리 부분도 분량이 꽤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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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의 스파이더맨 묘사는 최근 마블 영화에 나오는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보다는 그 이전에 스파이더맨을 맡았던 토비 맥과이어나 앤드류 가필드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 특히 앤드류 가필드 버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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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트로피를 따기 쉬운 게임으로 알려져 있어서 저도 도전해봤는데, 역시나 크게 힘들진 않았네요. 다만 마지막까지 남은 트로피가 슈트를 전부 모으는 거였는데, 장비 업그레이드에 아이템을 소모하면 슈트를 얻는데 사용할 아이템이 모자라게 되니까 편하게 트로피를 모으려면 슈트를 모두 모을때까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장비 업그레이드가 효용성도 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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