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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3일 화요일

Mass Effect: Andromeda (PS4)

2017년 초에 출시해서 장렬하게 망해버린 매스이펙트 시리즈의 신작,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를 플레이했습니다. 뭐랄까,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들어왔던 그 엄청난 혹평들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바이오웨어 게임이 망해봐야 얼마나 망하겠냐 싶어서 약간의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하게 되었네요. 제가 구매하던 시점에서는 패치도 끝나있고 했으니 최소한 중간은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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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축은 전형적인 바이오웨어 RPG 스타일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세상의 위협에 맞서 개성있는 인물들로 이루어진 무리를 이끌고 나서는 내용이죠. 바이오웨어의 직전 게임인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에서는 인퀴지터(Inquisitor)라는 직책을 가진, 공간의 분열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자가 주인공이고,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에서는 패스파인더(Pathfinder)라는 직책을 가진, 인공지능 컴퓨터와 직접 연결되어 대화할 수 있는 능력자가 주인공이죠. 계속 음성이 나오는 바이오웨어 RPG의 특성상 게임 내내 남자 목소리를 듣기는 싫어서 늘 그렇듯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서 플레이했는데요. 이 게임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범위가 이상한 방향으로 제한적이라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기준의 미인 여캐를 만들 수 없는게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곤 하는데, 제 기준으로 이 정도면 현실적으로 괜찮은 느낌의 여캐라고 할 수 있어서 거기까진 괜찮았어요. 전투요원이 막 예쁜것도 이상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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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초반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태양계를 떠난 안드로메다 이니셔티브(Andromeda Initiative)를 위협하는 외계종족 켙(Kett)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유적을 남긴 렘넌트(Remnant), 켙과 대적하며 동맹을 맺게 되는 다른 외계 종족들까지, 이야기의 서두를 구축하는 부분은 나름 괜찮은 흐름으로 진행되었어요. 탐험이 가능한 외계 행성에 내리면 행성 하나하나가 오픈월드처럼 진행되는데, 특히 전투 부분의 구현은 정말 좋았다고 봐요.

그리고 끝부분도 좋았어요. 전작인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에서는 분위기만 열심히 고조시키다 막상 최후의 전투가 좀 미묘했는데, 여기서는 정말 크게 한 번 붙어서 싸운다는 느낌이 드는 좋은 연출이었다고 봐요. 지금까지 모아왔던 동맹들이 모두 모이고, 전선을 이루어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묘사가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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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중간인데, 일단 퀘스트 동선이 극악해요. 이 게임의 배경은 안드로메다 은하 헬리우스 성단인데, 헬리우스 성단에 속한 여러 개의 행성계를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자주 나와요. 그런데 행성계를 이동하려면 성단 지도로 가야하고, 거기서 행성계를 이동하고, 거기서 행성으로 이동하고, 행성에 내리면 시작점에서 다시 퀘스트 지점으로 포탈을 타고 이동하고.. 끊임없이 무의미한 이동의 반복이 일어나요. 게임 초반에는 행성 안에서 해결하는 퀘스트 위주로 몰아서 진행해서 괜찮은데, 중반부터는 행성을 오가는 퀘스트를 하려니 이러한 무의미한 반복 이동의 스트레스가 꽤 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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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주인공 일행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인 템페스트(Tempest)의 오퍼레이터인 수비(Suvi)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시쳇말로 음성 포르노;;라고 느껴질 정도로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억양의 발성을 하는데, 행성계를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지루한 과정 중에도 수비의 목소리만은 질리지 않고 계속 좋더라구요.

시나리오 개발이 덜 된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아요. 퀘스트는 대부분 단순하고, 이니셔티브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패스파인더라는 인물이 이런 것까지 해야하는 일인걸까 싶은 사소한 것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요. 캐릭터들의 성격도 깊이가 없는 느낌이에요. 주인공인 라이더는 중요한 순간마다 실없는 농담으로 넘기는 가벼운 성격의 소유자로 설정되었고, 다른 캐릭터들도 어떤 방향성은 설정되어 있는 듯 하지만 딱히 깊이 있는 묘사가 나오지는 않아요. 모국어가 한국어인 제가 영어로 플레이해서 대사의 단순함이 덜 와닿았을걸 감안하면, 영어권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왔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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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종 패치가 끝난 이후에 플레이 해서 큰 버그는 없었지만, 그래도 자잘한 버그가 꽤 있었어요. NPC들이 걷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거나(다른 NPC의 충돌박스 위로 올라가는듯), 애니메이션이 어색하거나, 플레이어와 대화하는데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하는 식의 버그가 꽤 자주 나오는데, 대부분 게임의 중후반부에 몰려 있더군요. 아마 후반부 컨텐츠가 덜 다듬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 올라온 자세한 개발 후기를 보면, 이 게임은 절차적 컨텐트 생성(Procedural Content Generation)의 실패 사례로 남지 않을까 싶은데요. 결과적으로 절차적 컨텐트 생성에 개발 기간을 상당부분 소모했다가 자동 생성된 컨텐트의 게임성 부족으로 포기하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컨텐트 개발을 마무리한게 모든 문제의 원인이 맞는 것 같아요. 게임을 해보면 시나리오, 대사, 퀘스트 등에서 깊이가 없다는 인상을 여러 번 받게 되는데, 그만큼 기획 면에서 깊이 파고 드는 개발을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소한 버그나 마감의 껄끄러움 같은것도 많이 보이구요. 플레이어의 연애요소도 좀 애매했고,(결국 연애할 캐릭터가 없어서 아사리(Asari) 종족 여성 고고학자인 피비(Peebee)와 레즈비언 커플이 되었음;;) 전반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 없어요.

총평하자면, 초반의 분위기 조성이나 전투 시스템의 플레이 감각은 뛰어나지만, 컨텐트의 깊이 부족과 마무리 부족이 드러나는 중후반부에 이르러 게임에 실망하게 된다고 할 수 있어요. 초반부의 재미에 이끌려 엔딩까지는 봤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 하네요.

2018년 2월 5일 월요일

The Operative: No One Lives Forever (PC)

전작보다 평이 나쁜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를 플레이 할까말까 고민하며 이에 대하여 이것저것 검색하다, 미들 어스 시리즈의 제작사인 모노리스 프로덕션에 대한 위키 글을 읽던 중에 이 회사의 전작에 No One Lives Forever 시리즈가 있는게 눈에 띠더군요. NOLF 시리즈가 판권이 꼬여서 저작권자가 권리 행사를 포기한 abandonware가 되었고, 덕분에 인터넷 상에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게 공개되어 있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습니다. NOLF 시리즈는 예전에 1편을 하다가 튜토리얼 격인 첫 스테이지의 구성이 재미없어서 관뒀던 기억이 있는데, 워낙에 평이 좋던 시리즈라 그 부분만 넘어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 십수년만에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2000년작이라 그래픽의 압박이 심한데, 게임플레이는 고전 FPS라고 하기엔 또 은근히 현대적인 면이 있네요. 근래에 했던 게임 중에 고전적인 게임플레이를 자랑하는 Wolfenstein: The New Order에 비하면 오히려 더 현대적인 게임플레이인게, 의외로 잠입 미션이 많아요. 아이템 줍기가 자동이고 스테이지 구성이 다양해서 게임플레이에 거슬리는건 그래픽 뿐입니다. 음성이 전부 더빙되어 있는데, 주연급 인물은 음성연기가 좋지만 엑스트라는 좀 미묘한데, 외국인 용병이 영어를 쓰는 연출이라 일부러 못한 듯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좀 어색하네요.

그래픽은 당연히 어쩔 수 없지만, 사운드는 요즘 게임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상입니다. 음향효과에 입체감이 있고 위치 구별도 확실하구요. 주제가도 60년대 디스코 스타일로 잘 뽑아냈어요. 주제가를 계속 흥얼거리게 됩니다.

시나리오는.. 뭐랄까, 60년대 여성차별에 대한 소소한 비판도 들어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스파이액션에 대한 패러디 개그물의 성격이 강하고, 막판에 벌어지는 반전도 개그스럽달까 그래요.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 했으니 2편도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