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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2일 금요일

슈퍼로봇대전 MX Portable (PSP)

슈퍼로봇대전 MX Portable

드디어, 마침내, PSP용 슈퍼로봇대전 MX Portable을 클리어했습니다. 우왕ㅋ굳ㅋ. 끝.

은 아니고..

이거 너무 오래 플레이해서, 막판에는 재미가 아니라 오기로 깼네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간에만 플레이했더니 플레잉타임이 너무 늘어져버려서..

원작인 MX(PS2판)는 슈로대 시리즈 중에 가장 난이도가 낮았다고 하는데, PSP로 이식하면서 적기의 기체 HP를 일괄적으로 1.5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난이도가 높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너무 삽질을 하는 바람에.. 공략이나 뭐 이런거 하나도 안 보고 리얼계의 모든 기체는 회피형, 슈퍼계의 모든 기체는 방어형으로 키웠습니다. 그 결과 고비고비마다 공격력 부족으로 엄청나게 고전을.. 난이도가 낮기로 유명한 게임을 이렇게 어렵게 깨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겁니다.. 뭐 나온지 꽤 된 게임이라 이제서야 시작하실 분이 많을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MX를 지금 시작하신다면 하나만 기억하세요. 모든 캐릭터는 공격형으로!

소감은 뭐 단 한줄로 요약이 됩니다.

- 슈퍼로봇을 마음껏 구경하는 재미는 있지만 스토리가 별로다.

PS2 게임의 이식이라 갖는 단점들, 이를테면 화면비라든가 그래픽 품질 저하 같은건 휴대용이니 그냥 넘어갈만하구요. 로딩이 긴건 개별전투화면 스킵으로 보고 싶은 기체의 것만 골라서 보면 되는 등 다 어떻게 넘어가겠는데, 스토리가 별로인건 좀 문제가 됩니다.

중반에는 기어전사 덴도의 스토리가 너무 많이 나와서 늘어지더니, 막판에는 라제폰과 에반게리온이 너무 많이 나와서 늘어집니다. 오리지널 주인공의 스토리는 거의 묻혀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구요. 뭐 원래 유명 슈퍼로봇들을 조작하는 맛으로 하는 게임이라 오리지널의 비중을 낮췄다고 볼수도 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기어전사 덴도의 스토리가 너무 구려요. 제가 개인적으로 애들 나오는 애니를 싫어해서 그런걸수도 있겠습니다만.

스테이지 구성도 좀 시시합니다. 막판에는 재미없게도 체력만빵 사거리최강의 단순무식 초거대기체와 대결을 하게 되는데, 회피형 및 방어형으로 기체를 키워서 그런지 거의 절망적이더군요. 할수없이 마지막 판을 여러차례 시도해서 돈벌기 노가다를 해서 공격력을 키워서 깼습니다. 회피형으로 키운 기체를 미끼로 쓰고 노가다로 공격력을 키운 기체들을 정신기로 회피시켜가며 데미지 입히기에 사용해서 겨우 깼는데, 완전히 공격력 위주로 키우면 난이도가 얼마나 낮아질지 궁금해서 한번 더 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1회차 플레이에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설령 2회차를 플레이 한다해도 클리어까지는 절대 무리일듯.

클리어하고나서 2회차 시작부분까지만 해봤는데, 왠지 신입 디자이너들을 데려다 플레이 순서대로 그래픽 작업을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뒷부분에 비해 앞부분의 그래픽이 초라합니다. 뒤로 갈수록 그래픽이 화려해지니까 시작부분만으로 이 게임을 판단하지는 마시길.

2008년 2월 18일 월요일

Gears of War (PC) 소감..

Epic이 개발하고 Microsoft Games가 퍼블리싱한 TPS(Third-person shooter)인 Gears of War를 클리어했습니다. 언리얼엔진3을 최초로 실제 개발에 적용하여 관심을 모았던 게임이죠. 2006년 하반기쯤에 Xbox360용으로 출시되었고, 1년간 독점으로 있다가, 2007년 하반기쯤에 PC용이 출시되었습니다. 한글판은 2007년 10월쯤 나온것 같네요. 뭐 약간 뒷북이 되겠습니다만, 제가 요즘엔 최신게임을 그때그때 따라가며 플레이하는 편이 아니어서, 나온지 반년도 안된 게임을 클리어했다는것도 흔한 일은 아니겠습니다.

Gears of War

기념삼아 찍은 최종보스 '라암 장군'의 스샷입니다. 이 게임이 은근히 버그가 많아서 헛수고를 여러차례 해야 했는데, 마지막 보스는 버그 덕분에 쉽게 깼습니다. 원래는 나에게 돌진해 와야할 장군님께서 어찌된 일인지 허공에 떠올라서 꼼짝도 안 하시더군요. (아마도 옆에 떼지어 몰려다니는 까마귀떼-원래 이름이 생각 안 나서-들이 날아오르는데 물리연산의 오류로 같이 허공에 떠올라서 갇힌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플레이 도중에 오브젝트 사이에 갇혀서 체크포인트 불러오기를 여러번 했었는데, 버그 덕분에 보스를 깨다니 대략 난감. 실력으로 다시 깨보려고 해봤는데 잘 안죽길레 두어번 하고 포기했습니다. 아, 이외에 다른 버그로는, 극장에서 2층으로 갔더니 1층에 있는 동료가 인공지능 문제 때문인지 문을 못 열어줘서 다시 한 적도 있네요. (결국 제가 1층으로 가서 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해결)

뭐 이렇듯 버그도 제법 있는 게임이지만, 그래픽은 역시나 끝내줍니다. 게임은 콘솔용의 이식작답게 정교한 사격은 그다지 요구하지 않는 편이고, 약간 액션 게임이나 퍼즐에 가깝게 진행하는 부분이 꽤 많아요. 시스템 사양만 좋다면 당연히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다만 이게 그렇게 재미있는 게임인가..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감옥에서 나오는 장면부터 일종의 클리셰 같은 느낌인데,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모든 상황이나 연출이 어디선가(이를테면 헐리웃 영화나 다른 게임에서) 본듯한 장면입니다. 이미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이 게임은 너무 매끈하고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같아서 좀 잔재미가 없는 느낌도 듭니다.

참고로, Gears of War에 들어있는 언리얼엔진3은 초기버전이라 그런지 에디터가 확장성이 없습니다. 언리얼 에디터를 만져보는게 주목적이라면 언리얼 토너먼트 3를 사야 합니다.

2008년 2월 14일 목요일

게임 기획에 대한 잡담..

게임 기획에 있어서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이 하나 있는데, 왜 다수의 기획자들이 다른 작업보다 먼저 시나리오 기획을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게이머들의 성향으로 봐서는 시나리오 기획보다는 시스템 기획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는데,(일단 시나리오는 스킵하고 게임에 바로 들어가는게 일반적인 플레이어 성향이므로) 어째서 많은 기획자들이 시스템 기획보다 시나리오 기획에 치중하는걸까요. 시스템 기획이 다 되고 나면 시나리오 기획을 보강해도 늦지 않지만, 시나리오 기획만 되어있고 시스템 기획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제작에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정확한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기존의 제작관행이 영향을 미친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기획적인 접근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봤을때 두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기존 오프라인 게임의 온라인화.
2. 새로운 아이디어의 온라인화.

물론 둘 다 중요한 방향이지만, 지금까지는 기존의 오프라인 게임을 온라인화 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게임성에 대한 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게임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새로운 아이디어의 온라인화라는 단어는 아주 달콤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게임성에 대한 검증이 어렵고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이 다수 기획자들의 습관적인 작업 순서까지 엉켜 놓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게임을 온라인화하는 작업을 하게 되면 게임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은 이미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기획을 제외한 여타 개발자들이 기본 시스템을 구현하는 동안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순서로 작업을 하는게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의 온라인화에서는 경우가 다르죠. 기획자들이 모호한 시스템만을 제시해놓고 시나리오 작성에 골몰하는 동안 여타 개발자들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이전에는 기존 오프라인 게임의 온라인화 프로젝트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해도, 온라인화 할만한 오프라인 게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점점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온라인화 하도록 방향을 잡는 프로젝트가 늘어날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시스템 기획이 먼저 와야 하겠고요.

현재의 우리 게임업계가 프로젝트 관리면에서 갖는 문제들은 대부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업의 순서가 조밀하게 조정되어 있지 않아서 매 시점마다 공회전을 하는 작업자가 많아집니다. 그 결과 앞에서 공회전을 한 만큼 나중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결국 프로세스의 문제이고, 어느 팀이 더 정밀하게 작업상황을 판단하고 진행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지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