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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4일 목요일

게임 기획에 대한 잡담..

게임 기획에 있어서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이 하나 있는데, 왜 다수의 기획자들이 다른 작업보다 먼저 시나리오 기획을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게이머들의 성향으로 봐서는 시나리오 기획보다는 시스템 기획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는데,(일단 시나리오는 스킵하고 게임에 바로 들어가는게 일반적인 플레이어 성향이므로) 어째서 많은 기획자들이 시스템 기획보다 시나리오 기획에 치중하는걸까요. 시스템 기획이 다 되고 나면 시나리오 기획을 보강해도 늦지 않지만, 시나리오 기획만 되어있고 시스템 기획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제작에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정확한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기존의 제작관행이 영향을 미친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기획적인 접근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봤을때 두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기존 오프라인 게임의 온라인화.
2. 새로운 아이디어의 온라인화.

물론 둘 다 중요한 방향이지만, 지금까지는 기존의 오프라인 게임을 온라인화 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게임성에 대한 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게임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새로운 아이디어의 온라인화라는 단어는 아주 달콤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게임성에 대한 검증이 어렵고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이 다수 기획자들의 습관적인 작업 순서까지 엉켜 놓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게임을 온라인화하는 작업을 하게 되면 게임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은 이미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기획을 제외한 여타 개발자들이 기본 시스템을 구현하는 동안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순서로 작업을 하는게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의 온라인화에서는 경우가 다르죠. 기획자들이 모호한 시스템만을 제시해놓고 시나리오 작성에 골몰하는 동안 여타 개발자들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이전에는 기존 오프라인 게임의 온라인화 프로젝트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해도, 온라인화 할만한 오프라인 게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점점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온라인화 하도록 방향을 잡는 프로젝트가 늘어날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시스템 기획이 먼저 와야 하겠고요.

현재의 우리 게임업계가 프로젝트 관리면에서 갖는 문제들은 대부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업의 순서가 조밀하게 조정되어 있지 않아서 매 시점마다 공회전을 하는 작업자가 많아집니다. 그 결과 앞에서 공회전을 한 만큼 나중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결국 프로세스의 문제이고, 어느 팀이 더 정밀하게 작업상황을 판단하고 진행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지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게 되겠죠.

댓글 1개:

  1. 동감입니다. 더 나아가서 게임의 시나리오 역시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하는 방법이 훨씬 가격대 효율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디자이너는 세계관과 커다란 그림을 제시하고 분위기에 맞게 디테일을 만드는 작업은 그 분야에 전문인 사람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 우리나라에는 게임 라이터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설가라거나 만화 시나리오 작가라거나, 연극/영화 극작가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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