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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9일 화요일

Wonder Woman 1984 (2020)

전반적으로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에 동의하는게, 이야기가 좀 심심해요. 예고편을 보며 우려했던 크리스 파인이 돌아오는 이유는 이야기 안에서 나름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 합리성을 위해 가져온 메인 플롯이 심심하다는게 문제에요.

이 영화의 좋았던 점이라면 피사체로서의 갤 가돗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이에요. 몇몇 장면에서의 갤 가돗은 거의 여신같은 느낌이 들어서 경이에 가까운 인상마져 받게 되는데, 이야기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다 해결책도 안이해서 안타깝게도 영화로서의 재미는 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Ghost of Tsushima (PS4)

인퍼머스 시리즈의 제작사인 서커펀치가 만든 오픈월드 액션 게임입니다. PS4 출시 초기에 나온 서커펀치의 전작인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경우에는 뛰어난 배경 그래픽과 이펙트에 비해 게임 플레이도 단조롭고 모션도 딱딱한 등 전반적으로 그렇게 잘 다듬어진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에 PS4 말기에 나온 다음 작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인데, 이번 작은 전반적으로 아주 잘 다듬어진 게임입니다.




게임 시스템 면에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는게, 소니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들이 내놓는 오픈월드 타이틀들이 다 비슷한 면이 있어요. 유비소프트 오픈월드의 개량판이라는 느낌인데 기본적으로 유비소프트 오픈월드 게임에서 볼륨을 좀 줄이면서 컷씬을 많이 넣고 스토리 위주로 게임을 구성합니다. 유비소프트 오픈월드들이 스토리보다 배경에 천착한다는 인상이라면 소니 퍼스트 오픈월드들은 스토리를 부드럽게 잇는 구성에 신경쓰는 쪽이죠. 개인적으로 소니 퍼스트 오픈월드나 유비소프트 오픈월드를 다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플레이하기는 했는데, 이 게임이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점은 그닥 없어 보입니다.




필드 전투 시스템은 일본도를 든 자세를 바꾸는 것으로 기술이 다르게 들어가는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데, 전투의 다양성에 기여하기 보다는 눈 앞에 나타나는 상대 병과의 출현 타이밍에 맞춰 기계적으로 자세를 바꾸는 플레이를 강요하게 됩니다.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아서 할만은 한데 그렇다고 막 재미있는 시스템도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전투 시스템 면에서도 그다지 특출난 부분은 없는데, 하나 아주 재미있는 시도가 있어요. 사무라이들의 일대일 승부를 게임 시스템으로 구현하여 대전 게임처럼 만든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데 이 부분이 눈에 띕니다. 미니 게임 치고는 대전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괜찮은 편이에요.




이렇게 정리하면 게임이 그닥 재미없다는 식으로 전달될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잘 구성이 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 일본 역사라든가 뭐 큰 관심 없는데다 사무라이 나오고 하는거 별 흥미 없었는데, 스토리 측면에서 봐도 게임의 주제를 참 잘 잡았더군요.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전통을 지키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뭐 이런 류의 문제를 제기하는 스토리 라인인데, 아주 참신하진 않아도 최소한 사무라이 이야기에 대한 저항감을 크게 낮춰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게임 자체는 재미있게 했어요. 플래티넘 트로피 따기도 어렵지 않은 편이라 내친 김에 하나 추가 하기도 했구요. 소니 퍼스트 오픈월드들이 다 그렇듯 기본기가 탄탄해서 추천할만한 타이틀입니다.

2020년 10월 16일 금요일

지구방위군5 (PS4)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의 여러 장면을 연상시키는 곤충 모양 외계인 침략군을 상대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지구방위군의 일원이 되어 참전하는 내용의 TPS 게임입니다.



전세대 콘솔 수준의 그래픽을 채용한 대신 화면에 엄청난 양의 적이 쏟아져 나오고, 이를 상대로 온갖 화기를 난사하며 싸우는거죠. 체감적으로 말하면 컨트롤러를 눌러 벌레를 잡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좀 징그러워요. 곤충 공포증이 있다거나 하다면 아예 플레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게임 자체는 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나름 꽤 재미가 있어요. 왠지 무쌍류랑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



우리말 자막에 더빙까지 들어가 있는데, 이게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전쟁 상황에서 군부의 프로파간다나 언론통제 같은것들이 쓴웃음을 주기도 하고, 장성과 정보부의 교신 내용에서 암울한 전황을 깨닫게 해주면서 플레이어에게 더 잘 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기도 하죠.



저예산 타이틀이라 갖는 단점도 많은데, 우선 프레임 레이트 문제가 꽤 있어요. 일단 전세대 수준의 그래픽 품질도 문제지만, 전세대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난전 상황에서 이펙트가 많이 터지면 프레임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점은 플레이 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아이러니 하게도 게임을 클리어하고 엔딩 스탭롤이 나올 때인데요. 이 게임 바로 직전에 제가 플레이했던 데스스트랜딩의 스탭롤에 비하면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스탭롤이 짧아요. AAA 타이틀과 저예산 타이틀에 투입되는 인원의 차이가 극명하게 보입니다. 저렇게 적은 인원으로도 이만큼 할만한 타이틀을 만든것 자체가 대단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2020년 9월 25일 금요일

Death Stranding (PS4)

클리어한지는 좀 됐는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만사가 귀찮아서 블로그 포스팅을 못 하고 있었네요. 사실 게임 자체는 이야기 꺼리가 많은데 말이죠.

결국 오픈월드는 이동과 전투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게임의 핵심이라고 보는데, 이 게임은 이동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화물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근간에 심어서 이동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거기에 게임성을 넣은거죠. 전투도 있는데 이동에 비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편이구요. 여기에 구조물 건축을 통한 협력 요소를 넣었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다크소울 등이 활용한 비동기 멀티플레이의 응용입니다. 게임 엔진은 소니의 지원을 받았구요. 여러모로 효율적인 구성이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업계 표준이 된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의 핵심요소는 대부분 동일하게 갖고 있는데, 이 게임이 특이한 점이 바로 거점 이동을 기획적으로 무효화 시킨 대목이에요. 유비식 오픈월드는 점령을 통해 거점을 열고 거점 이동이 자유롭게 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이 방식의 문제점이 뒤로 갈수록 월드가 좁아진다는 점이거든요. 아무래도 거점 이동이 자유롭게 되면 먼 거리도 빠르게 이동이 되면서 체감상 월드가 좁게 느껴지는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죠. 그런데 데스 스트랜딩은 이 점을 다르게 풀었어요. 일단 거점 이동이 가능하기는 한데(프래자일 점프), 플레이어만 이동할 수 있고 플레이어가 배송해야 할 화물은 이동이 안 되게 해놨어요. 이건 상당히 좋은 전략이었다고 봐요. 배송 일을 받으러 가는 것 까지는 편하게 해놨지만, 결국 이동 자체를 게임성에 편입시키려 한 이 게임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배송까지 편하게 되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배송을 직접 하게 되면 월드가 좁은 느낌이 상당부분 해소됩니다. 영리한 전략이죠.

그렇다고 이 게임의 월드가 넓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실제로 월드가 좀 좁거든요. 배경은 미국인데 축척이 엄청나요. 이렇게 좁은 미국이라니 실제로 플레이하다 보면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실제 미국 넓이를 게임에 반영하면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일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의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한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아저씨 감성이 저랑 좀 안 맞는 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스토리 측면에서는 전작들보다는 상당히 대중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좀 오글거리는 대목이 약간 있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후반부 진행이 엄청난 양의 컷씬과 대사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은 좀 미묘해요. 결국 예산 부족으로 게임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부분을 컷씬으로 퉁쳤다는 느낌이죠.

그래도 게임 자체는 처음부터 후반부까지 잘 조율이 되어 있어요. 각 단계마다 새로운 장비나 시스템을 조금씩 던져주면서 플레이어에게 적절한 페이스로 놀 거리를 던져줍니다. 게임을 플레이 해보기 전에 후반부가 날림 아니냐는 소감을 봤는데, 제가 보기에는 일단 만든 부분은 다 제대로 조율이 되어 있어요. 다만 스토리의 상당부분을 컷씬으로 넘긴 후반부 구성이 아쉬운거죠.





게임을 시작한 초반부의 배송이 피로도가 높은 편인데, 이 부분을 잘 넘기면 중반부가 상당히 재미있어요. 후반부는 컷씬이 많아서 좀 별로지만 스토리는 나쁘지 않은 편이구요. 중반부의 즐거움이 상당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잘 만든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네요.

2020년 7월 13일 월요일

The Rhythm Section (2020)

제작 발표를 알게 된 후부터 기대하던 작품인데, 결론적으로는 다소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언더 워터에서 단독 주연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주연을 맡고 007 시리즈의 제작사인 이온 프러덕션이 제작하는 유럽 배경의 스파이 스릴러물이라니, 제작 발표를 봤을때는 정말 완성도에 큰 기대를 갖게 됐었거든요.

스포일러 없이 대강의 스토리를 정리하면,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 스테파니가 사고로부터 3년 후 그 사건이 사고가 아닌 테러였음을 알게 되고, 전직 MI6 요원인 B라는 인물로부터 수 개월간 훈련을 받은 후 테러범인 레자와 그 배후에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 U17을 찾아 복수하려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소설에 가까운게 문제인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화를 하려면 어느 정도 영화 문법에 맞게 내용을 고칠 필요가 있는데, 이 영화는 작품 내의 묘사나 대사를 통한 설명 없이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요.

초반의 서론이 좀 길지 않나 싶은 템포의 문제도 있지만, 장면장면이 대부분 주인공 시점에 가깝게 진행되다보니 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 연출이 많다는 점도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싶구요.

시나리오나 연출 면에서 조금씩만 더 다듬어서 찍었으면 훨씬 완성도가 높아질 수도 있었을 것 같아 아쉬운 영화였네요.

최근 플레이한 슈터들..

  • Doom Eternal (PS4)

  • 딱히 고전 둠 시리즈의 팬은 아니지만, 울펜슈타인: 뉴 오더를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고전 스타일의 슈터라도 나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플레이 했는데요. 와우.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이건 아니었어요. 근접전을 강제하는데 근접전이 아무 재미가 없어요. 한 시간 남짓 하다 포기했네요.

  • Call of Duty: Modern Warfare (PS4)

  •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소프트 리부트 작품으로, 등장 인물 등 일부 요소는 기존 시리즈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요즘 FPS야 시나리오가 있는 캠페인 모드는 그저 곁다리일 뿐이고 본편은 멀티플레이 모드이기 때문에, 캠페인 모드만 가볍게 해본 저는 곁다리만 즐겨본 셈이라 감상이라고 적기는 좀 그렇고, 간만에 콜옵의 맛만 봤다고 해야겠죠.

    전반적으로 그래픽이나 사운드 면에서는 많은 발전이 느껴집니다. 다만 게임플레이는 기존의 콜옵이고, 시나리오도 기존의 콜옵 스타일입니다. 캠페인이 고작 몇 시간 정도의 길이인데 설치 용량은 무려 168GB나 되더군요. 게임 플레이한 시간보다 업데이트 다운 받느라 걸린 시간이 더 긴 것 같습니다.

    2020년 6월 27일 토요일

    Shadow of the Tomb Raider (PS4)


    툼레이더 리부트 트릴로지의 마지막편인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를 플레이 했습니다. 이번작을 마지막으로 잠시 휴지기를 갖고 시리즈를 재정비 할 거라고 하네요.

    리부트 트릴로지의 전작들인 툼 레이더 리부트,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전반적으로 게임 디자인의 여러 요소에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볼게요.

    스토리 면에서는 2013년의 리부트 이후 시리즈가 진행 될수록 퇴보하고 있어요. 전작도 스토리는 별로였는데 이번에는 아예 각본이 넘 심심하다 싶은 수준입니다. 일단 라라 크로프트가 캐릭터로서의 개성이 없어요. 게임을 시작하면서 라라의 실수로 인류를 멸망시킬 위기가 오게되고 이를 해결하는게 게임의 주된 이야기가 되는데,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라도 한건지 라라가 말이 없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에 가까운 대사만 겨우 내뱉는 수준이라 인물의 성격이나 개성을 느낄만한 부분이 아예 없다시피 한 정도입니다. 그래서 인물에게 매력이 없어요. 이야기에도 맹점이 있는데, 스포일러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규모있는 흑막 집단인 트리니티의 최후를 보면 이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냐는 말이 절로 나와요.

    게임플레이 면에도 방향을 바꿨는데, 리부트에 나오는 "저 여자가 우릴 다 죽일거야!"라는 대사가 밈이 될 정도로 인간과의 싸움이 많았던 전작들에 비하면 전투 파트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줄어든 전투 파트는 대량의 퍼즐로 채워져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초창기의 고전적인 툼 레이더 게임으로 되돌아간 느낌도 듭니다. 다만 전투 파트가 줄어든데 반해 무기 업그레이드 시스템은 세밀하게 확장되어 있어서, 열심히 업그레이드를 해도 막상 업그레이드한 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디자인은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상으로 보면 점프 장면의 애니메이션이 어색한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 막상 제가 조작하고 있을 때는 무너지는 배경에 눈이 팔려서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에 신경 쓸 틈이 없어 어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전작들은 게임 최후반부에 대규모 연출과 몰아치는 액션들이 하이라이트의 느낌을 강하게 주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그런 느낌이 약합니다. 그런 방향의 구성이 없는건 아닌데, 이번 작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플레이어가 단신으로 적의 소굴에 쳐들어가는 비장한 느낌을 주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전반적으로 후퇴한 캐릭터성에 소소한 퍼즐 위주로 구성된 게임플레이가 저조한 판매량의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로서는 초창기부터 플레이해서 그런지 퍼즐 위주의 구성도 나름 재미있게 하긴 했는데, 다른 요소들이 플레이어의 몰입을 유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라구요. 전작들에서 전투 보다 퍼즐 파트를 즐겼던 플레이어들에게만 추천할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어요.

    2020년 5월 10일 일요일

    Days Gone (PS4)


    데이즈 곤(Days Gone)은 출시 초기에 버그가 많아 평이 매우 안 좋았지만, 꾸역꾸역 끝까지 플레이한 소수의 게이머들에게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이나 스토리는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죠. 오픈월드 타이틀 중에 거의 처음으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한 게임이라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래서 나중에 버그 수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가격도 많이 내려갔고 시간도 (강제로) 생기고 해서 플레이하게 되었네요.

    제작사는 PS1 시절에 히트했던 TPS인 사이폰필터(syphonfilter) 시리즈의 벤드 스튜디오(Bend Studio)입니다. 사이폰필터 출시 당시에는 회사 이름이 Eidetic이었죠. 사이폰필터가 꽤 성공했기에 소니의 주력 스튜디오로 성장 했을 것 같았는데, 회사 규모를 키우지 못해서 작은 타이틀만 개발하는 스튜디오로 남았다고 합니다. 회사의 위치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개발자 인력을 쉽게 수급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면 개발사를 성장시키기가 어렵죠. 그러다가 어영부영 세월을 보낸 끝에 야심차게 규모를 키워서 만든게 이번 데이즈 곤 이구요. (키웠다곤 해도 130명 남짓으로, 오픈월드 타이틀을 개발하기에 큰 규모는 아니죠)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따낸 타이틀이니 저는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일단 버그는 플레잉 타임 전체에 걸쳐 거의 경험하지 못했고(딱 한 번 이동 버그인지 좀비가 하늘에 떠 있더군요), 로딩이 좀 길기는 했는데 그 외에는 크게 흠 잡을 나위 없이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오픈월드는 게임플레이에서 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언제나 관건 중 하나인데, 데이즈 곤은 바이크로 이동하는 걸로 풀었더군요. 기본적으로 바이크로 구불구불한 오프로드를 이동하며 조작하는 재미가 있고, 여기에 길에 세워둔 좀비들이 이동을 방해하고, 가끔 여러 종류의 돌발적인 상황이 있는 방식입니다. 좀비가 밤에 주로 돌아다니는 특성이 있어서 밤에 이동 시 좀 더 좀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고, 낮에 이동 시에는 낮은 확률로 인간 강도를 만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오픈월드 전용 게임 엔진, 이를테면 호라이즌 제로 던에 쓰인 데시마 엔진이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쓰이는 앤빌넥스트 엔진 같은 것과 비교해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하여 생기는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 궁금함이 있었는데, 역시 범용 엔진을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로딩이 오래 걸리는 편이고, 바이크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 중간에 일시적으로 느려짐이 생깁니다.(레벨 스트리밍이 덜 되어서 그렇겠죠) 이외에 중간중간 지역을 변경 하는데 생기는 로딩을 체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연출을 넣어 둔 부분이 있습니다. (캠프 문 앞에서는 반드시 바이크를 정차하게 만든다거나, 터널을 통과하게 만든다거나) 약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그나마 잘 배치해 둔 편이구요. 차세대기로 넘어가면 이런 로딩 문제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네요.

    스토리는 그냥 무난하게 괜찮은 편이지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정석적으로 잘 구성된 편입니다. 게임 초반에는 부정적인 성격의 주인공이 던지는 대사들이 약간의 피로감을 주는데, 플레이하다보면 말로만 투덜거리며 결국 온 동네 호구짓을 도맡아 처리하는 주인공에게 친숙한 감정이 드는 걸 보면 캐릭터의 매력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구요.

    수집 요소나 반복적인 부분이 이것저것 들어가 있는데, 맵 상에 엄청나게 많이 뿌려 놓은 것에 비해서는 다 모으지 않아도 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만 신경쓰면 모든 트로피를 딸 수 있습니다.

    총기를 사용한 전투도 잘 구성된 편이고(이건 사이폰필터 제작사니까 당연히 믿을 만 합니다), 게임 후반부에 엄청난 수의 좀비와 대결하는 부분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가격이 대폭 내려간데다 버그 수정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는 강력히 추천할만한 게임이에요.

    2020년 4월 27일 월요일

    Darkest Hour (2017)

    게리 올드만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영화는 평범하게 괜찮은 정도인데, 내용상 2차세계대전 초기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원맨쇼가 영화의 거의 전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반 비중이 없어요. 처칠의 비서와 부인, 정적들 정도만 약간의 비중을 가집니다.

    코로나 시국에 본 이 영화가 다른 의미로 좀 당황스러운게, 영국 의회 건물이 공간이 정말 좁더군요. 좁은 공간에 바싹 붙어 앉아서 코 앞에서 튀는 침 다 맞으며 연설을 듣는 구조던데, 이러니 전염병 한번 돌면 남아날 사람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듭니다. 한 명이 감기 걸리면 의원들이 다 같이 걸려있고 막 그럴 것 같은 분위기에요. 영화니까 실제와 똑같지는 않겠지 싶었지만, 저렇게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게 묘사한건 의도적일 것 같아서 영국 하원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엄청 좁기는 마찬가지군요.

    한정된 배경과 숨이 가쁠 듯이 좁은 공간을 보고 있자니 처칠이 느꼈던 압박감을 같이 느끼는 듯 하고, 정답이 없는 길에서 괴로워하는 처칠은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흔들리면서도 주저주저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2020년 3월 29일 일요일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을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2017년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은 워낙에 유명한지라 예전에 어렸을때 재미있게 읽었구요. 이 영화판 이전에 유명한 1974년판 영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렸을때 TV에서 보긴 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전혀 기억을 못 해서 1974년판과 2017년판의 직접 비교는 못 하겠습니다.

    2017년판 영화는 원작 소설의 세밀한 논리 전개는 포기한 듯한 인상이고, 추리는 관객의 지식과 유리된 채 포와로가 알아서 해 줍니다. 대신에 영화는 감정선을 잡는데 주력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게 하는데 치중하고, 이 감정선을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터뜨리는 부분이 아주 잘 구성되어 있어요. 포와로가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마지막으로 추리를 하는 부분은 소설에서 보아도 연극적인 느낌이 강한데, 이 장면에서 보는 이가 포와로에 이입하여 진실을 밝혀낸 이후의 딜레마에 빠져드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영화 초중반에는 관객이 포와로가 되어 추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없고 포와로의 추리를 바라보는 조수 같은 느낌으로 장면을 바라보게 되지만, 마지막에 포와로가 갖게 되는 딜레마에 강하게 이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는 뚜렷한 인상을 받을 수 있어요. 역시 끝이 좋아야 모든게 좋은 법입니다. 흥행에도 성공했고 후속작을 암시하며 끝났으니 후속작이 빠른 시일 내에 나와주었으면 하게 됩니다.

    2020년 3월 8일 일요일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 쏠림 자가 수리 후기..

    출시 직후에 홍콩판으로 산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에서 쏠림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정식 A/S도 안 되는 물건이니 사설수리를 해볼까 했는데, 사설수리 하는 곳을 찾기도 힘들고 요즘 상황상 돌아다니기도 꺼려져서 부품만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자가수리를 했습니다.

    수리하는 과정은 유튜브에 동영상이 많으니 생략하고, 수리 시 주의점만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이거 수리하는데 가장 중요한게 준비물을 갖추는 거더라구요. 우선 당연히 수리용 교체 부품이 필요한데, 이건 검색해 보시면 금방 파는 곳을 찾을 수 있구요. 부품 파는 곳에서 닌텐도 제품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Y자 드라이버랑 커브형 핀셋도 같이 팔고 있어서 구매했습니다. 이외에 PH0000 규격의 정밀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준비물이 필요한거죠.

    - 교체용 부품
    - Y자 드라이버
    - 커브형 핀셋
    - 정밀 십자 드라이버 (PH0000 규격)

    여기서 처음에 제가 교체를 준비할 때 빠뜨렸던게 정밀 십자 드라이버인데요. 대형 마트 등지에서 파는 정밀 드라이버는 PH00 규격까지 지원합니다. 그런데 스위치 조이콘에 들어있는 나사는 그것보다 더 작은거라 PH0000 규격의 드라이버가 필요하더군요. 나중에 따로 검색해서 사느라 뜯어 놓고 수리를 못한 채 시간만 끌었네요.

    수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이콘 겉면을 분해 - Y자 드라이버 이용
    2. 배터리 및 안테나 벗겨냄 - 선이 끊어지지 않게 손으로 살살 분해
    3. 부품 거치대 분해 - 정밀 십자 드라이버 이용
    4. 스틱 교체 - 커브형 핀셋이 있으면 아주 쉬워요
    5. 재조립

    수리 자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정품인 경우 수리비가 24,000원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제 경우엔 이것저것 장비 갖추느라 전부 합쳐서 2만원 정도 든 것 같아요. 장비 제외하고 교체용 부품값은 5천몆백원 정도 였던듯 합니다.

    2020년 1월 20일 월요일

    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감상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좋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제 경우엔 전작들에 대한 지나친 재탕이었던 7편에 상당히 실망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같았던 8편에 약간 호의적인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9편을 보니 8편의 존재가 아예 사라지고 없어져 버렸네요. 그래서 트릴로지의 전체적인 흐름이라는 면에서 보면 8편도 망작이 되었고, 결국 789 트릴로지가 전반적으로 구제하기 힘든 이상한 영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긴 해도 9편은 나름 최선을 다한게 보이는 영화이긴 해요. 8편에서 미지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이야기를 붙잡아서 다시 7편의 연장선에 있는 흐름으로 되돌려 놓는데 상당한 시간과 디테일을 할애합니다. 이렇게 깨알같이 온갖 복선을 어찌어찌 아슬아슬하게 말이 되는 형태로 회수하는데 이게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에요. 덕분에 9편은 곡예하듯 바쁘게 온갖 이야기들을 주워담고 또 본래의 이야기도 진행하느라 영화를 보는 제가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완성된 트릴로지를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아무런 협의 없이 쓰여진 릴레이 소설의 마지막 주자가 앞에서 아무렇게나 던진 떡밥을 기어코 회수해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습인데, 이게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저는 9편을 즐겁게 봤어요. 그렇지만 남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봐요. 이런 기묘한 곡예를 즐길 수 있는 취향을 가진 분들에게만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