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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최근 게임 업계의 인력 재편을 생각해보면..

최근 게임 업계의 대세가 모바일로 흐르면서 업계가 요구하는 인력구조가 빠른 속도로 재편이 되고 있습니다. 업계 전체적으로 이전에 높은 품질을 요구하던 하이엔드 게임 프로젝트가 대부분 접히고 모바일로 바뀌었죠. 이에 따른 인력 시장의 요구 사항 변화는 아마 헤드헌터나 각 회사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잘 느끼고 있을 테지만, 요즘의 업계 변화를 보며 어떤 식으로 인력이 재편될지 추측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겁니다.

그래픽 분야의 경우 전반적으로 SD풍의 2D 원화와 2D 그래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텐데, 바꾸어 말하면 3D 작업자들은 줄어든 포지션으로 인해 다들 힘들 것 같습니다. 그나마 로폴 작업 하시던 분들은 쉽게 자리가 날 테고, 노멀맵 하시던 분들은 자리가 없을 것 같네요. 3D 모델러/맵퍼 중에 노멀맵 캐릭터 작업을 하시던 분들 상당수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실 테구요. 배경 그래픽도 고퀄리티로 작업하던 분들이 많이 나오셨을 겁니다. 프로젝트의 수가 늘어나고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원화가는 자리를 잡기가 오히려 더 쉬워졌을 테지만, 실사풍 원화가들 에게는 자리가 줄어들었을 공산이 크군요. 그래도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전체 원화가 수는 늘어났을 공산이 크므로 실사풍이신 분들도 어떻게든 자리는 잡으셨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터나 이펙터는 언제나 일정수가 필요하니까 자리들 잡고 계실 테구요.

프로그래머도 대격변이 일어난 포지션인데, 온라인 쪽의 연차 높은 프로그래머들이 갈만한 포지션이 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제약 때문에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서 일이 지루해졌다고 볼 수 있는데, 프로그래머의 수요 자체는 늘어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업무 내용면에서 약간 타협하면 옮기기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모바일 네트워크의 불안정성 때문에 서버 프로그래머는 거의 서버를 직접 짜지 않고 웹서버 같은걸 뜯어 쓰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렇다면 서버 프로그래머들에게도 지금의 업계 변화는 일이 지루해진 상황일 것 같습니다.

기획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가 쪼개진 대신 작은 프로젝트가 무수히 생긴 상황이 되었는데, 기획자로서는 오히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전히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시장은 아니더라도 기존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아이디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장 상황이라는 건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닐 것 같네요. 인력의 수요가 어떻게 변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아져도 일정 수의 기획자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최근의 인력구조 변화을 통해 가장 구직이 힘들어진 포지션은 아마 3D 그래픽 작업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간 고퀄리티화가 꾸준히 이루어졌다가 한번에 십여 년 정도 뒤로 후퇴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에 배출되던 인력과 시장이 원하는 인력의 갭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퀄리티 작업을 통해 몸값을 높였던 인력들이 비슷한 대우를 유지하며 갈 만한 포지션이 확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네요.

2013년 4월 1일 월요일

2013년 1/4분기에 본 애니

이제 이 포스팅의 단위를 바꿔야 할 까봐요. 한 분기에 보는 작품 수가 얼마 안 되다 보니..

Blood-C The Last Dark(2012)

세간의 평이 별로 좋지는 않던 것 같던데,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기존의 블러드 시리즈 보다는 클램프 작품의 느낌이 강한, 오오카와 나나세 취향의 시나리오였지만 짜임새가 좋았어요. 대부분의 떡밥도 회수했고, 극장판 이전에 나왔던 TV판과도 앞뒤가 잘 맞아요. 극장판 안에서의 떡밥들도 짧은 상영시간 와중에 대부분 회수했고. 중간에 좀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 것 같던데, 저는 지루할 틈도 없이 봤네요.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2012)

이 작품은 쿄토애니메이션의 라이트노벨 출판부문에서 출간한 소설을 쿄토애니메이션이 직접 애니화 한다는, 다분히 상업성이 강한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쿄애니가 애니화 하면 원작의 판매부수가 올라가니까 직접 미디어믹스를 밀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데, 이거 사실 굉장히 위험합니다. 외부 원작이야 퀄리티가 괜찮은걸 끌어오게 되어있지만, 자체 조달하면 결국 퀄리티의 허들이 낮아져서 원작과 미디어믹스 양쪽이 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모양입니다만, 퀄리티는 솔직히 글쎄..라는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도 상당히 뻔한 전개에 라노벨 학원물 패턴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나중에 원작과의 차이점을 찾아보니 이건 뭐 원작 그대로 애니화 했으면 아주 애니도 폭망 할 뻔 했더군요. 쿄애니가 원작 재현으로 유명한 제작사인데도 이 작품의 경우 원작을 대폭 뜯어고쳤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그냥도 밋밋한데 원작은 더한 것 같더라구요. 초반에 학원물 고전 패턴대로의 전개는 그냥저냥 볼만했는데, 중반부부터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성립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지루해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학원연애물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인 '여주보다 조연이 더 매력적이다'도 피하지 못해서, 중2병 여주인공보다 전직 중2병 조연 캐릭터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매력적입니다. 그냥저냥 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전작인 '빙과'보다 떨어진다고 보이는데 어찌된 게 상업적으로는 더 성공했다더군요. 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