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업계의 대세가 모바일로 흐르면서 업계가 요구하는 인력구조가 빠른 속도로 재편이 되고 있습니다. 업계 전체적으로 이전에 높은 품질을 요구하던 하이엔드 게임 프로젝트가 대부분 접히고 모바일로 바뀌었죠. 이에 따른 인력 시장의 요구 사항 변화는 아마 헤드헌터나 각 회사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잘 느끼고 있을 테지만, 요즘의 업계 변화를 보며 어떤 식으로 인력이 재편될지 추측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겁니다.
그래픽 분야의 경우 전반적으로 SD풍의 2D 원화와 2D 그래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텐데, 바꾸어 말하면 3D 작업자들은 줄어든 포지션으로 인해 다들 힘들 것 같습니다. 그나마 로폴 작업 하시던 분들은 쉽게 자리가 날 테고, 노멀맵 하시던 분들은 자리가 없을 것 같네요. 3D 모델러/맵퍼 중에 노멀맵 캐릭터 작업을 하시던 분들 상당수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실 테구요. 배경 그래픽도 고퀄리티로 작업하던 분들이 많이 나오셨을 겁니다. 프로젝트의 수가 늘어나고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원화가는 자리를 잡기가 오히려 더 쉬워졌을 테지만, 실사풍 원화가들 에게는 자리가 줄어들었을 공산이 크군요. 그래도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전체 원화가 수는 늘어났을 공산이 크므로 실사풍이신 분들도 어떻게든 자리는 잡으셨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터나 이펙터는 언제나 일정수가 필요하니까 자리들 잡고 계실 테구요.
프로그래머도 대격변이 일어난 포지션인데, 온라인 쪽의 연차 높은 프로그래머들이 갈만한 포지션이 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제약 때문에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서 일이 지루해졌다고 볼 수 있는데, 프로그래머의 수요 자체는 늘어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업무 내용면에서 약간 타협하면 옮기기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모바일 네트워크의 불안정성 때문에 서버 프로그래머는 거의 서버를 직접 짜지 않고 웹서버 같은걸 뜯어 쓰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렇다면 서버 프로그래머들에게도 지금의 업계 변화는 일이 지루해진 상황일 것 같습니다.
기획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가 쪼개진 대신 작은 프로젝트가 무수히 생긴 상황이 되었는데, 기획자로서는 오히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전히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시장은 아니더라도 기존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아이디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장 상황이라는 건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닐 것 같네요. 인력의 수요가 어떻게 변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아져도 일정 수의 기획자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최근의 인력구조 변화을 통해 가장 구직이 힘들어진 포지션은 아마 3D 그래픽 작업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간 고퀄리티화가 꾸준히 이루어졌다가 한번에 십여 년 정도 뒤로 후퇴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에 배출되던 인력과 시장이 원하는 인력의 갭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퀄리티 작업을 통해 몸값을 높였던 인력들이 비슷한 대우를 유지하며 갈 만한 포지션이 확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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