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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2일 화요일

Cyberpunk 2077 (PS5)

늘 그렇듯 출시 직후에 바로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그가 심각했던 초기 버전은 플레이하지 않았습니다. PS5를 제대로 지원하는 버전을 기다리다 보니 2년이나 지나서 나온 1.5 버전에서 플레이했습니다. 딱히 할 말이 많은 게임은 아니에요. 게임 자체로 재미있기는 한데 전작인 위쳐3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CDPR의 장기인 스토리 중심의 가벼운 액션 RPG인데, 무기가 다양해지고 액션성이 증가해서 전투 감각은 확실히 더 나아졌어요.

사이버펑크 분위기는 잘 묘사하지만 메인 시나리오나 서브 시나리오나 모두 분량이 짧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은 잘 구현되어 있지만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시피 한 수준이고 일인칭이니까 더더욱 별 영향을 느낄 수 없어요.

이 게임의 개발진이 일인칭 시점을 선택한 이유는 납득이 가는게, 플레이어가 상황에 몰입하도록 하는 장치가 잘 되어 있습니다. 전작인 위처3에서는 3인칭이 잘 어울렸지만,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V라는 인물을 플레이 하다가 중간에 죠니 실버핸드라는 인물을 플레이하게 되는데, 이 두 인물이 외형적으로는 차이가 없거든요. 그래서 3인칭이었으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상당히 몰입이 깨졌을 것 같습니다. 일인칭이 되어 내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V가 아닌 죠니로 플레이한다는 감각을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있죠.

또한 현실적인 성능 이슈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게,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치가 아예 없습니다. 이건 일부러 다 뺀 거라고 봐야해요. 거울을 볼 수 있지만 기능을 동작시켜야 보이는 방식이고 월드 내에서는 플레이어의 그림자만 그려주는 식으로 플레이 중에 마주치는 물체 중에 내 모습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반사되는 물체가 아예 없습니다.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플레이어를 게임 중에 화면에 정확히 그리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커스터마이징 된 요소에 대한 연산이 필요한데, 이걸 하지 않기 위한 기술적인 조치로 보여요. 레이트레이싱도 그림자에서만 사용하는 식으로 월드에 제대로 반사가 되는 물체가 없습니다. 전세대 콘솔에서 동작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로 렌더링 품질을 희생시켰다고 보여요.

시나리오 면에서는 게임 중간중간에 선택한 내용이 반영되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복수의 엔딩을 갖기는 하지만 엔딩 분기도 마지막 미션에서 다 이루어지고 엔딩 내용도 모두 암울해서 전부 보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의지를 꺾습니다. 게임을 끝내고 나면 분량이 짧아서 아쉬움이 느껴져요. 월드 빌딩은 잘 되어 있어서 여기서 더 놀고 싶은 기분은 드는데 남은 자잘한 노가다는 재미가 없어서 의욕을 잃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만든 컨텐츠의 분량이 모자라다고 할 수 있어요.

총평하면 바탕은 잘 갖추어져 있지만 뭔가 덜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게 들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입니다. 분명 더 재미있어질 여지가 많지만 게임의 출시 후 상황을 보면 추가된 무언가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이죠. 뉴게임+나 만들어주면 좀 더 갖고 놀까 싶은데 그것조차 아직 미구현이라니 안타까울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