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간 점이에요. 어설프게 뒤틀지 않고 3편에서 내용이 이어지면서 앞뒤가 맞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가 큰 무리 없이 전편으로부터 흘러서 자연스럽게 전개가 됩니다. 몇 가지 선택에서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야기가 대사 중심으로 전개됨에도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사실 주된 이야기가 대사 위주로 전개되는건 매트릭스 1편부터의 전통이고, 한참 지루해질만 하다가 한번씩 멋지게 액션을 펼치는게 이 시리즈의 스토리텔링 방식이기는 했죠. 매트릭스 1편의 경우에도 이 시리즈의 시그니쳐가 된 불릿타임 액션이 영화 최후반부에 나오기 전까지는 대사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영화관에 조는 관객이 넘쳐나기도 했어요.
후반부의 액션 장면이나 이야기 전개는 좀 미묘한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습니다. 불릿타임 같은 혁신적인 액션 시퀀스는 없어요. 액션 장면에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기는 한데 이게 불릿타임처럼 멋지기는 커녕 공포감을 주는 것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죠. 마지막에 감정적으로 폭발을 일으켜야 하는 장면에서 한번 비틀린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게 전작 팬들에게 어색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구요. 지나치게 PC가 개입한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다음편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이 되기는 할것 같아요. 성모 마리아도 신성이 있다는 식이니까 말이 전혀 안 되는건 아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 모든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게 이 영화의 문제점이에요.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나빠요. 감정적으로 관객을 움직여야 하는 부분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겉돌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의 속도감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매트릭스 1편이 나오던 시점에서도 대사가 많고 속도가 느린 영화였는데, 평균적인 영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 20년 후에도 그때의 속도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니 현대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가 많이 느려요. 20년전 이야기를 이어서 하는데 속도마져 느리니 영화가 더욱 지루할 수 밖에 없죠.
총평하면, 분명 전편을 잇는다는 부분에서는 잘 정리된 이야기이긴 한데, 느린 속도감과 느슨한 연기 지도로 실제 만듦새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영화가 되었다고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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