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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경품에 당첨됐습니다..

핸펀에 모르는 번호가 뜨면 어떻게 하십니까? 스팸일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일단 저는 받고 봅니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모르는 번호가 떴는데 왠지 스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일단 받아봤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가끔 들르는 웹사이트에서 걸려온 이벤트 당첨을 알리는 전화였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별 생각 없이 그 사이트의 설문 하나에 응답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당첨 상품으로 X데 모바일 상품권을 핸펀으로 보내준다고 하던데, ‘모바일 상품권’이라는 이름에서 왠지 벨소리 같은 거나 결재하는데 쓰는 상품권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살짝 실망이 들긴 했지만 그냥 알았다고 보내달라고 했죠.

한참 있다가 문자가 왔는데, X데 모바일 상품권 1만원권을 보냈다고 적혀있더군요. 에게, 겨우 1만원? 이왕 주려면 10만원 정도는 주지. 하긴 뭐 벨소리를 10만원어치 씩이나 살 일은 없겠군 하며 투덜대다가, 이왕 받은 거 벨소리나 바꿔보자 하는 심정으로 그 상품권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오오, X데 모바일 상품권은 X데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었네요. 지금까지 받은 경품은 죄다 책이나 CD, DVD 같은 것들뿐 이었는데, 현금에 가까운 경품은 처음 받아보네요. 1만원이니 뭐 대단한걸 살 수는 없겠지만 기분은 좋군요.

2007년 10월 29일 월요일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질때..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 경험 없으십니까? 저는 있어요. 그것도 몇번 되죠.

전에 모 게임회사에 다닐때, 그 회사가 계약한 퍼블리셔가 너무 맘에 안 들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회사 게임을 키워줄 퍼블리셔가 아닌거에요. 그래서 사장에게 넌지시 얘기를 꺼내봤는데, 화제를 돌리는게 뭔가 딱부러진 대답은 듣지 못했죠. 좀더 생각해보니 우리회사가 그 퍼블리셔를 고른게 아니라 그 퍼블리셔가 우리회사를 고른거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게 아닐까 싶더군요. 직원인 저보다는 아무래도 사장이 전체적으로 많이 따져봤을테고, 그 퍼블리셔가 우리회사 게임과 맞지 않는다는것도 잘 알았을거에요. 그렇지만 상황이라는게 항상 좋게만 흐르는건 아니죠. (실상은 언제나 보통이거나 그보다 약간 나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죠)

요즘 제가 다니는 회사가 그렇습니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요. 현재 제품의 방향을 결정하시는 분들도 그 점은 잘 알고 계시겠죠. 그렇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듯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차선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쪽에서 x년정도 일해본 제 경험으로는, 그 차선이라는게 결국엔 나쁜 결과를 부르게 되어있다는걸 알 수 있어요. 당장은 넘어가지만 결국 한 두해짜리 시한부 제품이 되고 말죠. 아마 그 분들도 그걸 잘 알고 계실테고, 그래서 고민이 많으시겠죠. 직원인 제 입장에서는 이럴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전의 그 게임회사에서는 이런저런 다른 일도 있고 해서 그냥 회사를 떠났는데, 결국 그 회사는 만들던 게임을 세상에 내놓지 못했고, 저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도 떠올랐고 같은 상황이 한번 더 닥치면 더 잘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더군요. 그렇다면 이번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번에는 스스로 나서서 뭔가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싶은데, 길이 보이지 않는군요. 좀 더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2007년 10월 9일 화요일

좋은 관리자의 조건..

ZDNet에 좋은 컬럼이 올라와서 링크합니다.

당신의 조직은 개발자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있는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좋은 관리자의 조건이 너무나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첫째, 바라는 결과를 명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어떤 관리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 스스로도 정확히 모르는 채 작업을 지시하고, 팀원의 작업 결과를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기호대로 판단하곤 한다. 그런 관리자는 관리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관리자로부터 추상적인 작업 목표를 받으면 개발자는 역시나 추상적인 행동, 이를테면 모호하게 고민하기 같은 것을 하다가 그대로 작업 자체를 기억 저편이나 휴지통으로 보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추상적인 작업 목표를 주면서 어느정도 구체화해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보라는 관리자들이 있는데, 이럴땐 대략 난감하죠. 주업무에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스케일이 한없이 커질 염려가 없는 작고 가볍고 안전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위임을 적절하게 수행해야 한다. 어떤 사람의 그릇은 위임할 수 있는 양의 크기로 정해진다. 즉 어떤 사람이 이루어낼 수 있는 최대 성과치는 그가 팀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할 일이 너무나 많지만 일할 시간이 없고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관리자는 탈진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탈진증후군에 빠진 관리자는 결국 팀을 궤멸시킨다.


관리자가 혼자 다 하려고 해서도 안되고, 혼자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서도 안됩니다. 둘 다 일이 진행이 안 되는 유형입니다. 농담으로 능력이 없는 관리자는 아무것도 안 하려는 쪽이 되고 능력이 있는 관리자는 혼자 다 하려는 쪽이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듯 합니다. 능력이 있든 없든 관리자 자신도 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셋째, 방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말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오로지 결과만 중요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결과가 올바르다면 방법은 팀원에게 맡겨두라는 뜻이다. 개발자 출신의 관리자는 자신이 선호하지 않은 방법으로 구현을 했다는 이유로 팀원을 질책하거나 업무를 회수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관리자는 좋은 결과도 팀원들의 신뢰도 얻지 못할 것이다. 결과가 옳다면 그 방법은 팀원에게 맡겨두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경우를 많이 겪어봤는데, 개발자 출신 관리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입니다. 관리자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방법을 미리 정해놓고 개발자가 그 방법으로 결과를 낼 때까지 퇴짜를 놓으면 개발자들은 의욕을 잃게 됩니다. 작업 과정에서 간혹 버리는 코드가 나오는건 어쩔 수 없지만, 계속해서 코드를 버리도록 관리자가 유도하는건 문제가 있습니다.

넷째, 피드백을 주고, 코칭을 하고, 경력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피드백이란 해당 직원의 업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코칭은 일종의 도움을 주는 것으로서 선택 가능한 사항들 속에서 실행 계획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팀원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음으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팀원의 경력 개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관리자들이 너무 많다. 그것은 팀원을 일회용품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같다. 경력 개발에 도움을 받은 팀원은 관심을 갖고 도와준 관리자를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이다.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건 상당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더 잘될것이라는 희망 없이 계속 쳇바퀴를 돌게 될거라고 예상하게 되면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집니다. 이 회사 안에서 어떤 식으로 계속 경력을 쌓아갈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것도 중요합니다. 회사 내에서 커나갈 곳이 없다고 느끼는 개발자는 이직을 생각합니다.

다섯째, 좋은 관리자는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좋은 관리자는 감정의 폭발에 반응하기보다는 사건에 대응한다. 불필요한 감정을 발산하여 팀원에게 공포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만일 감정이 폭발했거나 또는 잘못된 지시를 했다고 판단될 시에는 즉각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관리자는 인간적으로 보인다.


이건 관리자만이 아니라 사회인의 기본인데, 기본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간혹 있죠.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관리자를 본 적이 있는데, 신뢰감이 없어집니다. 저런 사람을 어떻게 믿고 일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결국 잘 하자는 얘깁니다. 하하.

2007년 10월 4일 목요일

삼성경제연구소의 말장난..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공계 고급 두뇌들의 절반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고서가 나왔다는군요.

(링크) 한국, 이공계 고급두뇌 '불모지'

2000~2003년에 46.3%의 해외 이공계 박사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해외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저야 뭐 '이공계 고급두뇌'에는 해당되지 않으니 이분들이 겪는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제 주변을 봐도 나가신 분들이 안 돌아오시긴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그냥 사실일듯 합니다. 근데 이 기사의 이상한 점은 이 대목입니다.

보고서는 "선진국의 경우 과학기술 이론과 기술 응용력 중 최소한 한 분야에서라도 강점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분야에도 강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급 두뇌의 이탈과 질 저하는 정부와 대학 등 공급자 주도의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급 두뇌의 이탈과 질 저하는 정부와 대학 등 공급자 주도의 정책 때문이라니,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탈'과 '질 저하'는 하나로 뭉뚱그려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고급 두뇌의 질 저하는 공급자 주도의 정책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고급 두뇌의 이탈도 이것 때문이라는건 전혀 다른 이야기죠. 이미 양성된 고급 두뇌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건 고급 두뇌를 활용해야 할 수요자 측의 문제이지 공급자 측의 문제가 아닙니다. 뭐 이 다음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죠. 이공계 인력을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수요자들이 문제죠. -_-

2007년 10월 2일 화요일

게임 프로그래머가 진입장벽이 높다?

요즘 이런 판타지같은 글을 자주 봅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진입장벽이 높은 직종이라니, 결론부터 말하면 핀트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명제입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어는 이런 직종에 쓰는게 아니죠. 진입장벽이 높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그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자격증명이 많거나, 또는 갖추기가 매우 어렵거나, 그 직종이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의 수에 비해 지원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많거나 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근데 게임프로그래머는 어떻죠? 학원 몇달만 다니면 그 직종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진입하면 아주 허접한 회사에서 박봉을 받으며 고생해야 하지만, 최소한 그 직종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진입 장벽이 높은게 아니죠. 게임계에서도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그건 사회의 다른 모든 직종이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직종이나 가장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는 어려운거니까 이건 논의의 대상도 아닌 그저 당연한 사실이죠. 게임업계가 진입한 이후에도 공부할게 많고 업무량이 과중해서 일하기 어려운 직종이라고 한다면 몰라도, 업계에 들어오는 진입장벽 자체는 높지 않은 직종입니다.

게임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건 좋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포장하는건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는 일입니다. 비슷한 류의 과대포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게임프로그래머가 가장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믿음입니다. 사실 이건 과거에는 어느정도는 진실이었어요. 하드웨어 퍼포먼스를 최대한도로 짜내기 위해 다른 직종에서는 하지 않는 과도한 수준의 최적화를 하곤 했죠. 그렇지만 현재는 사실이 아닙니다. 게임프로그래머가 아직도 다른 직종의 프로그래머들보다는 복잡한 코드를 만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직종의 프로그래머들은 코드보다 더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다루니까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쳐나 비즈니스 로직이라는건 게임프로그래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