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제작된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의 3번째 영화화 작품인 Alex Cross를 봤습니다.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는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원작 소설 시리즈가 미국에서는 상당히 히트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듣보잡이에요. 번역서도 몇 개 안 나왔고 그나마도 현재는 대부분 절판된 상태구요. 제 경우에는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던 1,2번째 영화화 작품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번 3번째 영화화에도 흥미가 있었는데,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망한걸 보고 좀 불안하긴 했지만 결국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보고 나니 미국에서 망할 만 하구나 싶어요.
사실 이번 Alex Cross에 대해서는 별로 할 얘기가 없어요. 대사도 별로고 쓸데없이 등장해서 낭비되는 캐릭터에 인물의 감정선이 중간에 튀는 등 여러 가지로 총체적인 난국이 펼쳐지는데다, 뛰어난 프로파일러라는 알렉스 크로스의 특징도 살리지 못해서 어설픈 액션 영화가 되었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잘못 쓴 건지 마지막 액션장면에서는 이상한 곳에서 화면이 계속 흔들려서 어지러울 지경이고 막 그래요.
그래도 이왕 망작을 본 김에 이 작품들과 차별화해서 전작들을 구출하려는 시도를 좀 해봐야 겠네요. 우선 알렉스 크로스 영화화의 첫 번째 작품은 1997년 작인 Kiss the Girls 입니다. 애슐리 저드가 막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에 찍은, 그야말로 리즈 시절의 영화라 미모가 아주 눈부시고, 모건 프리먼이 알렉스 크로스를 맡아서 노회한 프로파일러를 연기합니다. 애슐리 저드는 이 영화 이후에 갑작스럽게 고난에 빠지는 미모의 남부 중산층 여성을 계~속 맡아서 연기하게 되죠. 일부에서 ‘애슐리 저드 영화’ 라고 까지 부르게 되는 비슷한 배역에 갇히게 되는 시발점이 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잘 된 편이라, 지금 봐도 재미있어요. 좀 양들의 침묵의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지만 원작이 탄탄하다는 점이 한몫 하죠.
그 다음으로 영화화된 작품이 2001년 작인 Along came a spider 입니다. 이 영화의 미묘하게 잘 만들었으면서 또 미묘하게 못 만든 점이 참 좋아요. 헐리웃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현재의 지식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컴퓨터 시스템이 중간에 등장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구요. 모건 프리먼을 기용하면서 원작과 달라진 지점들이 맘에 들어요. 원작에서는 알렉스 크로스와 제지 플래니건이 연인인데, 여기서는 모르는 사이로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되거든요. 이런 변화가 인물의 심리나 행동에 차이를 주는데, 이 경우엔 원래 모르는 사이였던 영화 쪽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하면 Along came a spider가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의 1편입니다. 따라서 소설 속의 알렉스 크로스는 아주 젋어요. 그걸 모건 프리먼이 배역을 맡으면서 노회한 인물로 바꾸게 되는데, 이에 따라 차이점이 제법 많이 생기죠. 첫 번째로 영화화 되었던 Kiss the Girls는 원작에서는 시리즈 2편이에요.
그러니까 모건 프리먼이 맡은 게 시리즈 1,2편이 되고, 이번에 타일러 페리가 맡은 Alex Cross는 시리즈 12편인 Cross의 영화화입니다. 그냥 Cross라고 하면 밋밋하니까 영화화 하면서 제목을 Alex Cross로 바꾸고, 등장인물의 나이를 원작 소설과 맞춰서 바꾼 것 까지는 좋았는데, 지난 1,2편의 영화화와 달리 내용은 원작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프로파일러가 아니라 그냥 몸으로 부딪히는 형사가 되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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