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감상은 잘 안 쓰는데, 뭔가 딱 2%가 부족해서 너무나 안타까운 작품을 보고 나니 감상을 안 적을 수가 없네요.
오늘 다룰 작품은 야마자키 사야카의 '재워드립니다!' 입니다. 전 12권 완결이구요.
갑작스레 이혼당하고 불면증이 생긴 시오는 우연히 (전)시동생인 가이와 함께 잠(육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잠)을 자게 됩니다. 그리고는 가이가 가진 독특함(초식남이라 육체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여자에게 안심을 줘서 잘 재워줌)을 이용하여 가이를 포함한 네 남자가 자신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재워주는 서비스인 스트라이프 쉽을 시작하게 됩니다.
스트라이프 쉽의 손님들 이야기, 각자 정신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시오와 스트라이프 쉽 멤버들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시오의 연애담이 초반에 시나리오를 끌고 가는 세가지 축이 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좋았어요. 그러다 손님들 이야기가 줄어들고 시오를 중심으로 한 연애담으로 축이 옮겨가면서 밸런스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삼각관계에 기대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밸런스는 그 삼각관계가 깨지면서 함께 무너집니다. 이후 연애담에서 다시 멤버들의 정신적인 성장으로 주제가 옮겨오며 극이 종료됩니다.
결국 시오는 연애를 통해 정신적인 결함을 딛고 일어서서 성장을 이루게 되는데, 이 연애를 위해서는 시오와 스트라이프 쉽의 멤버들이 모일 필요가 있었으니까.. 처음에 3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던 게 결국엔 인과관계를 이루는 모양이 됩니다. 문제는 이 밸런스가 그렇게 좋지가 않다는 점과 작가가 클라이맥스에서 터트리는 능력이 모자라다는 데에 있죠. 전작인 '하루카 세븐틴'에서도 주인공의 연애 부분은 뭔가 클라이맥스가 있는 듯 없는 듯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단점은 이번 작품에서도 별반 나아지지 않은 듯 합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화자가 바뀌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초반에 시오 위주의 진행으로 독자들이 시오에게 이입해 있다가 중반 이후에는 가이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 것도 감정 이입에 방해가 되었던 듯 하구요.
그래도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이고, 중반에 아슬아슬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며 전개되는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어요. 결국 스트라이프 쉽의 해체와 함께 각자의 길로 떠나는 모습은 쓸쓸하긴 하지만 인생의 한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도 있겠구요. 왠지 이 작가는 다음 작품도 초중반까지는 대단한 흡입력을 보여주다가 밋밋하게 마무리 지을 것 같지만, 그래도 또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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