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est Hour (2017)

게리 올드만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영화는 평범하게 괜찮은 정도인데, 내용상 2차세계대전 초기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원맨쇼가 영화의 거의 전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반 비중이 없어요. 처칠의 비서와 부인, 정적들 정도만 약간의 비중을 가집니다. 코로나 시국에 본 이 영화가 다른 의미로 좀 당황스러운게, 영국 의회 건물이 공간이 정말 좁더군요. 좁은 공간에 바싹 붙어 앉아서 코 앞에서 튀는 침 다 맞으며 연설을 듣는 구조던데, 이러니 전염병 한번 돌면 남아날 사람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듭니다. 한 명이 감기 걸리면 의원들이 다 같이 걸려있고 막 그럴 것 같은 분위기에요. 영화니까 실제와 똑같지는 않겠지 싶었지만, 저렇게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게 묘사한건 의도적일 것 같아서 영국 하원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엄청 좁기는 마찬가지군요. 한정된 배경과 숨이 가쁠 듯이 좁은 공간을 보고 있자니 처칠이 느꼈던 압박감을 같이 느끼는 듯 하고, 정답이 없는 길에서 괴로워하는 처칠은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흔들리면서도 주저주저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을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2017년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은 워낙에 유명한지라 예전에 어렸을때 재미있게 읽었구요. 이 영화판 이전에 유명한 1974년판 영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렸을때 TV에서 보긴 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전혀 기억을 못 해서 1974년판과 2017년판의 직접 비교는 못 하겠습니다. 2017년판 영화는 원작 소설의 세밀한 논리 전개는 포기한 듯한 인상이고, 추리는 관객의 지식과 유리된 채 포와로가 알아서 해 줍니다. 대신에 영화는 감정선을 잡는데 주력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게 하는데 치중하고, 이 감정선을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터뜨리는 부분이 아주 잘 구성되어 있어요. 포와로가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마지막으로 추리를 하는 부분은 소설에서 보아도 연극적인 느낌이 강한데, 이 장면에서 보는 이가 포와로에 이입하여 진실을 밝혀낸 이후의 딜레마에 빠져드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영화 초중반에는 관객이 포와로가 되어 추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없고 포와로의 추리를 바라보는 조수 같은 느낌으로 장면을 바라보게 되지만, 마지막에 포와로가 갖게 되는 딜레마에 강하게 이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는 뚜렷한 인상을 받을 수 있어요. 역시 끝이 좋아야 모든게 좋은 법입니다. 흥행에도 성공했고 후속작을 암시하며 끝났으니 후속작이 빠른 시일 내에 나와주었으면 하게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 쏠림 자가 수리 후기..

출시 직후에 홍콩판으로 산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에서 쏠림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정식 A/S도 안 되는 물건이니 사설수리를 해볼까 했는데, 사설수리 하는 곳을 찾기도 힘들고 요즘 상황상 돌아다니기도 꺼려져서 부품만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자가수리를 했습니다. 수리하는 과정은 유튜브에 동영상이 많으니 생략하고, 수리 시 주의점만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이거 수리하는데 가장 중요한게 준비물을 갖추는 거더라구요. 우선 당연히 수리용 교체 부품이 필요한데, 이건 검색해 보시면 금방 파는 곳을 찾을 수 있구요. 부품 파는 곳에서 닌텐도 제품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Y자 드라이버랑 커브형 핀셋도 같이 팔고 있어서 구매했습니다. 이외에 PH0000 규격의 정밀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준비물이 필요한거죠. - 교체용 부품 - Y자 드라이버 - 커브형 핀셋 - 정밀 십자 드라이버 (PH0000 규격) 여기서 처음에 제가 교체를 준비할 때 빠뜨렸던게 정밀 십자 드라이버인데요. 대형 마트 등지에서 파는 정밀 드라이버는 PH00 규격까지 지원합니다. 그런데 스위치 조이콘에 들어있는 나사는 그것보다 더 작은거라 PH0000 규격의 드라이버가 필요하더군요. 나중에 따로 검색해서 사느라 뜯어 놓고 수리를 못한 채 시간만 끌었네요. 수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이콘 겉면을 분해 - Y자 드라이버 이용 2. 배터리 및 안테나 벗겨냄 - 선이 끊어지지 않게 손으로 살살 분해 3. 부품 거치대 분해 - 정밀 십자 드라이버 이용 4. 스틱 교체 - 커브형 핀셋이 있으면 아주 쉬워요 5. 재조립 수리 자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정품인 경우 수리비가 24,000원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제 경우엔 이것저것 장비 갖추느라 전부 합쳐서 2만원 정도 든 것 같아요. 장비 제외하고 교체용 부품값은 5천몆백원 정도 였던듯 합니다.

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감상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좋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제 경우엔 전작들에 대한 지나친 재탕이었던 7편에 상당히 실망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같았던 8편에 약간 호의적인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9편을 보니 8편의 존재가 아예 사라지고 없어져 버렸네요. 그래서 트릴로지의 전체적인 흐름이라는 면에서 보면 8편도 망작이 되었고, 결국 789 트릴로지가 전반적으로 구제하기 힘든 이상한 영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긴 해도 9편은 나름 최선을 다한게 보이는 영화이긴 해요. 8편에서 미지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이야기를 붙잡아서 다시 7편의 연장선에 있는 흐름으로 되돌려 놓는데 상당한 시간과 디테일을 할애합니다. 이렇게 깨알같이 온갖 복선을 어찌어찌 아슬아슬하게 말이 되는 형태로 회수하는데 이게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에요. 덕분에 9편은 곡예하듯 바쁘게 온갖 이야기들을 주워담고 또 본래의 이야기도 진행하느라 영화를 보는 제가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완성된 트릴로지를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아무런 협의 없이 쓰여진 릴레이 소설의 마지막 주자가 앞에서 아무렇게나 던진 떡밥을 기어코 회수해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습인데, 이게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저는 9편을 즐겁게 봤어요. 그렇지만 남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봐요. 이런 기묘한 곡예를 즐길 수 있는 취향을 가진 분들에게만 추천하고 싶네요.

순양전함 나이키 (The Short Victorious War)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3편입니다. 지금까지 번역된 시리즈가 세 권이 전부이므로, 앞으로 한동안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읽기는 어려울 듯 해서 3권까지의 시리즈 총평을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주인공의 출세(?)를 따라가는 시리즈가 늘 그렇듯,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인 아너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내용에서 전투 장면 보다는 전쟁 전반의 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계급이 높아지면 앞서 나가서 싸우는 입장이 아니게 되니까 별 수 없죠. 저는 긴박한 전투 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2권이 3권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1권은 주인공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약간의 지루함이 있죠. 그래서 재미라는 면에서는 2 > 1 = 3 정도였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3권 쯤 되면 인물 구축이 끝난 시리즈의 후속편이 주는 장점이 있죠. 인물이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오는 희열이라든가 계급 사회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주는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3권도 재미있게 읽었고, 후속작이 나오면 계속 볼 생각입니다.

여왕 폐하의 해군 (The Honor of the Queen)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2편입니다. 1편보다 스케일도 커졌고 더 재미있네요. 1편에서 전반적인 설정을 다 구축했기 때문에 2편에서는 느리게 진행되는 부분들을 건너뛰고 이야기가 빠르게 본편으로 달려갑니다. 본편에서 과거의 인물로 언급된 오스틴 그레이슨 목사는 미국 기독교계의 실존 인물인 빌 그레이엄 목사의 패러디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광신적인 종교 지도자로 등장한 것 치고는 뭐 그리 사악하게 묘사되거나 하진 않았네요. 현 시점에서 국내 번역은 3편까지만 되어있기 때문에, 저도 빠르게 3편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On Basilisk station)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1편입니다. 책 소개에는 1990년대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검색해보니 이 시리즈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걸 보면 일정 수준 이상 성공적인 시리즈였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18세기 영국 해군을 무대로 하는 해전소설인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의 오마쥬로 시작된 소설이라고 하니 어떤 분위기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텐데, 우주전 묘사나 내용전개가 해전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SF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해전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투가 흘러가게 만들기 위해 만든 여러가지 제약들이 있어서 독특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우주전이나 우주에서의 생활을 묘사합니다. 직업상 소설을 읽을때면 나도 모르게 게임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은 게임에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충분합니다. 시리즈가 3편까지 번역되어 나와있던데, 일단 2편도 읽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