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감상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좋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제 경우엔 전작들에 대한 지나친 재탕이었던 7편에 상당히 실망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같았던 8편에 약간 호의적인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9편을 보니 8편의 존재가 아예 사라지고 없어져 버렸네요. 그래서 트릴로지의 전체적인 흐름이라는 면에서 보면 8편도 망작이 되었고, 결국 789 트릴로지가 전반적으로 구제하기 힘든 이상한 영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긴 해도 9편은 나름 최선을 다한게 보이는 영화이긴 해요. 8편에서 미지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이야기를 붙잡아서 다시 7편의 연장선에 있는 흐름으로 되돌려 놓는데 상당한 시간과 디테일을 할애합니다. 이렇게 깨알같이 온갖 복선을 어찌어찌 아슬아슬하게 말이 되는 형태로 회수하는데 이게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에요. 덕분에 9편은 곡예하듯 바쁘게 온갖 이야기들을 주워담고 또 본래의 이야기도 진행하느라 영화를 보는 제가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완성된 트릴로지를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아무런 협의 없이 쓰여진 릴레이 소설의 마지막 주자가 앞에서 아무렇게나 던진 떡밥을 기어코 회수해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습인데, 이게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저는 9편을 즐겁게 봤어요. 그렇지만 남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봐요. 이런 기묘한 곡예를 즐길 수 있는 취향을 가진 분들에게만 추천하고 싶네요.

순양전함 나이키 (The Short Victorious War)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3편입니다. 지금까지 번역된 시리즈가 세 권이 전부이므로, 앞으로 한동안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읽기는 어려울 듯 해서 3권까지의 시리즈 총평을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주인공의 출세(?)를 따라가는 시리즈가 늘 그렇듯,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인 아너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내용에서 전투 장면 보다는 전쟁 전반의 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계급이 높아지면 앞서 나가서 싸우는 입장이 아니게 되니까 별 수 없죠. 저는 긴박한 전투 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2권이 3권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1권은 주인공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약간의 지루함이 있죠. 그래서 재미라는 면에서는 2 > 1 = 3 정도였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3권 쯤 되면 인물 구축이 끝난 시리즈의 후속편이 주는 장점이 있죠. 인물이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오는 희열이라든가 계급 사회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주는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3권도 재미있게 읽었고, 후속작이 나오면 계속 볼 생각입니다.

여왕 폐하의 해군 (The Honor of the Queen)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2편입니다. 1편보다 스케일도 커졌고 더 재미있네요. 1편에서 전반적인 설정을 다 구축했기 때문에 2편에서는 느리게 진행되는 부분들을 건너뛰고 이야기가 빠르게 본편으로 달려갑니다. 본편에서 과거의 인물로 언급된 오스틴 그레이슨 목사는 미국 기독교계의 실존 인물인 빌 그레이엄 목사의 패러디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광신적인 종교 지도자로 등장한 것 치고는 뭐 그리 사악하게 묘사되거나 하진 않았네요. 현 시점에서 국내 번역은 3편까지만 되어있기 때문에, 저도 빠르게 3편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On Basilisk station)

데이비드 웨버가 쓴 SF 소설인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1편입니다. 책 소개에는 1990년대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검색해보니 이 시리즈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걸 보면 일정 수준 이상 성공적인 시리즈였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18세기 영국 해군을 무대로 하는 해전소설인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의 오마쥬로 시작된 소설이라고 하니 어떤 분위기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텐데, 우주전 묘사나 내용전개가 해전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SF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해전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투가 흘러가게 만들기 위해 만든 여러가지 제약들이 있어서 독특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우주전이나 우주에서의 생활을 묘사합니다. 직업상 소설을 읽을때면 나도 모르게 게임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은 게임에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충분합니다. 시리즈가 3편까지 번역되어 나와있던데, 일단 2편도 읽어 볼 생각입니다.

Assassin's Creed: Odyssey (P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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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클리어한지 꽤 지나서야 포스팅하게 되네요. 전반적으로 전작인 Origins의 연장선이라는 인상인데, 늘 그렇듯 전작보다 더 다듬어진 느낌이 납니다. Origins에 추가되었던 매를 날려 정찰하는 기능이 독수리를 날려 정찰하는 기능으로 계승되었는데, 이 시스템이 있는 한 어느 정도 비슷한 게임플레이를 제시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이전작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고 전작인 Origins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번 작에는 에게해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블랙플래그 때와 비슷한 함선 파트가 추가되었고, 고전적인 던전 크롤러 스타일의 무덤 탐사 파트도 들어갔습니다. 현대 파트가 나름 스토리상 의미가 있게 된 것도 눈에 띠는 부분이고요. 전투 시스템은 방어가 없어져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전투에 파고드는 플레이어는 아닌지라 시스템의 깊이를 말하기는 어렵고, 난이도 낮춰놓고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전작보다는 약간 편했다는 인상입니다. 남자인 알렉시오스와 여자인 카산드라 중에 한 명을 골라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제작진이 의도한 정사는 카산드라 쪽이라고 해서 그 쪽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전작들과 다르게 NPC와 잠자리를 갖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직접 묘사는 없죠), 여기에 그리스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추가해서 막장성이 배가됩니다.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가 상당히 성인 취향입니다. 시리즈가 오래된 방증일지, 아니면 콘솔 게이머의 연령층이 올라가서일지 모르겠네요.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 신화는 어렸을때 읽었던 것들을 희미하게 기억하는 정도였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배경 지식이 있으니 플레이하기에 좋더군요. 흐릿한 기억이 구체화하는 묘미가 있었네요. 전작에서는 좀 괴랄한 트로피가 많았는데, 이번작은 그것보다는 트로피 공략이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플래티넘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했네요.

John Wick 3 Parabellum (2019)

전작들보다 잔인해졌고 액션 장면이 길어졌습니다. 정확히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런닝타임도 길어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액션이 좀 애매합니다. 전작들에도 그런 장면이 간혹 있었지만, 화면 상에 다수의 적이 있는 상황에서 일부가 액션 시퀀스가 끝나길 기다렸다 달려드는 듯한 장면이 자주 나오고, 그냥 총을 쏘면 될 것 같은 장면에서 굳이 칼을 뽑아 들고 덤벼드는 적들이 많아요. 전반적으로 근접해서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이 많은데, 왜 좋은 총을 놔두고 손으로 칼로 싸우려 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액션 연출과 편집의 실패인데, 전작들보다 짧은 간격을 두고 나온 속편인 만큼 액션을 정교하게 세팅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닐까 싶네요. 처음에 존 윅이 성공했던 이유는 플롯을 단순화하고 액션에 치중했기 때문이었다고 보는데, 시리즈가 길어지다보니 별 수 없이 점차 이야기를 복잡하게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루는 이야기가 약간 흥미있을 듯도 하고 흥미없을 듯도 한 내용인데, 이번 3편은 이 이야기를 멱살 잡고 겨우겨우 진행시키면서 액션을 잔뜩 집어넣는 바람에 초중반이 좀 지루합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기어코 마지막까지 끌고 온 이야기가 나름 모양을 갖춘 채로 다음편을 예고하면서 끝난다는 점이에요. 결국엔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생기게 됩니다. 전작들보다 애매해서 약간 불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야기의 끝맺음과 다음 편으로의 연결이 좋아서 후속작도 보게 될것 같아요.

Spider-Man: Far From Home (2019)

개인적으로 좀 실망을 한 터라 내용을 이것저것 짚을게 있어서 스포 많습니다. 이번 스파이더맨에서 실망한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이 영화가 한 명의 히어로의 이야기를 다루는 독립된 영화로서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구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어요. 영화를 다 보고나면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이 됩니다. 토니 스타크가 무책임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무기를 만들어서 피터 파커에게 넘겨줬고, 스타크의 부재와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에 고민하던 순진한 파커는 이를 쉽사리 빌런에게 넘겨줘서 크나큰 위기를 초래했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은 끝에 겨우 수습한다. 이게 끝이에요. 이야기의 큰 골격이 모두 토니 스타크에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토니 스타크가 사고쳤다 수습하는 이 패턴은 지금까지 MCU에 여러차례 나왔던 거고, 이를 스타크의 부재 후까지 끌어다 쓰는겁니다. 이러니 이 영화의 서사를 어떻게 좋게 평가할 수 있겠어요. 이건 거의 아이언맨의 후일담인데다 서사구조가 통째로 지금까지 MCU의 동어반복입니다.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가 처음에 이번 스파이더맨을 페이즈4의 첫 작품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페이즈3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정정했는데, 그렇게 바꿀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내용이 독립적이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그냥 에필로그에 가깝습니다. 두번째로 실망한 부분은 쿠키인데, 지금까지 MCU에서 쿠키를 사용한 방식에 비추어보면 이번 스파이더맨에서의 방식은 굉장히 과격합니다. 본편에서 진행했어야 할 중대한 사항을 쿠키에 던져놓고 뒷편에서 수습하라는 식으로 떠넘겨 놨는데, 이거 무책임할 뿐더러 뒷맛이 찝찝합니다. 영화가 끝났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MCU의 전작들에도 쿠키에서 다음 영화에 대한 힌트나 떡밥을 던져놓곤 했지만, 이런 식으로 본편에 바로 이어지는 큰 덩어리를 그냥 던져주지는 않았잖아요. 이번에 쿠키에서 다음편으로 미룬 문제가 2가지인데, 하나는 빌런이 스파이더맨에게 누명을 씌운거고 하나는 정체를 폭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