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커닝 파트 1을 봤습니다. 며칠 전에 봤지만 강스포를 담아 이제야 소감을 적어보네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는 이야기 전개에 있습니다. 특히 예고편을 적극 활용한 게 눈에 띄는데, 예고편에서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간 후 정작 본편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정반대로 나갔더군요.
여러 종류의 예고편을 골고루 챙겨 보고 기대를 많이 갖고 극장을 찾았던 사람일수록 재미있게 봤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소위 말하는 예고편 낚시, 혹은 마술에서 말하는 미스디렉션을 적극 활용했다는 느낌이더군요.
최근 헐리웃 액션 블럭버스터들이 다 그렇지만 영화가 엄청 빠르게 달려요. 군더더기 없이 액션-대화로 스토리 전개-액션-대화로 스토리 전개-액션의 패턴입니다.
꽤 오래된 시리즈라 가능한, 전작의 요소들을 뒤틀거나 재배치한 부분이 많아서 바쁜 액션씬의 와중에도 소소하게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던 점도 좋았어요.
파트 1이지만 기승전결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영화가 깔끔하게 끝납니다. 1편의 미션이 성공했고 2편에서 뭘 할지 뚜렷하게 제시했기 때문에 2부작이지만 2편이 나올 때까지 찜찜한 심정으로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잘 안된 점은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페르구손)를 다루는 방식, 배우 연기 같은 것들이에요.
전작에서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이번 작에서 일사는 확연히 죽음을 향해 나아 가는 것 같은 캐릭터가 됐습니다.
주요 인물들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파티 장면에서 소파에 앉아 있는 일사를 비추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이 장면에서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연기(혹은 연기 지도)가 나빴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감을 표현하는데 혼자 자기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듯 편안한 미소를 띠고 있더군요. 얼굴에 미소를 띠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표현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안 느껴져서 되게 이상한 장면이었습니다.
배우가 장면에서 겉돈다고 할까요. 그 장면을 보면서 이번 편에서 죽으려나 싶었는데 정말 금방 죽더군요. 그 후 베니스에서 일사가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에게 죽음을 맞게 되는데, 이 장면도 어색했어요. 배경의 공간이나 상황이 연극적이라 다른 장면들과의 이질감이 컸습니다.
영화가 일사의 하차를 다루는 방식도 아쉬웠는데, 이야기상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에게 마음의 짐을 지워 위험한 임무를 수락하게 하는 장치가 되었기 때문에 흐름은 매끄러웠다고 볼 수 있지만, 죽음 이후 이든(톰 크루즈)이 혼자 슬퍼하는 짧은 장면 하나 넣고 지나가는 게 감정선이 살지 않았어요.
이 점은 전작에서 줄리아(미셸 모나한)의 하차를 워낙 정중한 태도로 다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내와 동료는 다른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 외에 애매했던 것들도 있습니다. 그레이스의 경우 발암캐인 면이 있긴 하지만 구축된 이야기 안에서는 말이 되는 수준이라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배우가 몸매로 유명하지만 내용상 몸매가 부각되는 장면은 전혀 없었네요.
예고편에서 주야장천 보여줬던 스턴트는 실제로 보면 애매했어요. 우린 톰 크루즈가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잖아요.
제작진도 이 스턴트는 하는게 어렵지 봤을 때 그렇게 엄청나지는 않다는 걸 알았는지 이 스턴트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예 작중 대사로 설명하는 게 필사적으로 느껴져서 귀엽더군요.
그리고 아무리 톰 크루즈라도 절벽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타고 달리는 열차에 내리는걸 원테이크로 찍는건 불가능했을 거라, 아예 장면을 나누고 열차에 뛰어드는 부분을 떼어내서 코미디로 활용한 건 좋은 아이디어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만, 이번 작은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감독한 3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인데, 본인이 감독한 전작 두 편보다는 좀 못한 감이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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