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논쟁이 한창이던데, 일단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어떤 부분이 이렇게 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지는 좀 알 것 같아요.
먼저 좋았던 점부터 정리하자면, 우선 전작의 안전하지만 게으른 플롯을 답습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좋았어요. 전작인 깨어난 포스는 매끈하게 나온 영화이기는 하지만,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시리즈 4편을 분해해서 재조립한 수준이었고, 올드팬들에겐 좋은 팬서비스였을지 몰라도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의 참신함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라스트 제다이는 확실히 새로운 영화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플롯이 전체적으로 전작의 답습이 아닌데다 다음 장면이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할 수 없는 영화라는 점이 좋아요. 놀이공원에서 처음 타 보는 대형 놀이기구의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시리즈의 세계관을 넓히는 새로운 영화를 봤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반면에 나쁜 점도 명확해요. 스타워즈 전작을 대충 다 보긴 했지만 세세한 설정 같은거 전혀 모르는 저 같은 일반팬에게는 상관 없었을지 몰라도, 수 십년 간 쌓아온 수 많은 설정들을 꿰고 있을 전작의 팬들이 보기에는 전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펼쳐진 모양인데, 그렇다면 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아니죠. 그런 설정까지 갈 것도 없이, 몇몇 부분은 영화내에서 주어진 세계관과 정보에 비추어 보아도 어설프거나 말도 안되기는 하죠. 그렇지만 헐리웃 블록버스터 속의 세상에서 뉴턴 역학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졌던게 하루이틀의 일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이상한 그림이 나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게 액션 영화를 즐기는 일반팬들의 자세죠. 바꾸어 말하면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정도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넘어갈만한 장면이지만 다소나마 말이 되는 SF를 기대하던 팬들에게는 참을 수 없을 법한 부분이 많이 나와요.
개봉 첫 주를 지나 상영관객의 드랍률로 보아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평가는 안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듯 하지만, 저로서는 깨어난 포스의 전작에 대한 자기 복제에 비해서는 더 볼만한 영화였어요. 앞으로 나올 9편은 다시 J.J 에이브럼스가 감독을 맡는다는데, 또다시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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