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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6일 월요일

기동전사 건담 UC (2014)

시리즈물은 완결이 되고 난 후에만 본다는 걸 몇 년 전부터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중간에 엎어지는 시리즈도 많고 바쁘다 보니 보다가 관두고 잊어버리는 시리즈도 많아서 이렇게 정했죠), 얼마 전에 완결된 기동전사 건담 UC를 이제야 봤습니다.

스토리 면에서는 참 애매했던 게, 기존 우주세기 건담들의 요소에서 재활용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스토리의 큰 줄기는 새로운 면이 있지만, 그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는 모두 어디선가 본 것들 뿐입니다. 기존 시리즈를 열심히 공부해서 머리로만 이해한 듯한 시나리오에요.

작화 면에서는 OVA로는 최상급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장면은 극장판에 근접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OVA의 한계라는 게 있죠. 전체적인 퀄리티가 모두 극장판에 필적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전체적인 완성도라는 면에서 보면 당연히 잘 만든 극장판 쪽이 더 좋습니다. 예산의 제약이 큰 OVA인데도 일부 전투장면이 극장판에 필적한다는 게 대단한 거지 그 이상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좀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모든 이들이 지적하듯 라플라스의 궤가 커다란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기본 설정 자체가 무리수에요. 심지어 등장인물들도 지적하듯 100년전에 의미가 있었다고 현재에도 의미가 있는 물건인건 아니죠.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 미네바의 연설 같은 것도 결국 스페이스노이드의 우주 이민 시에 연방 정부는 이런 의도를 갖고 있었으니 이제라도 화합하자는 건데, 그때 선의를 갖고 있었다 한들 그게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이랍니까. 전쟁의 피해가 현실이 된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선언적인 문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

설정 상으로도 문제인 게, 다른 건 다 넘어간다고 쳐도 콜로니 레이저를 모빌슈츠 2대가 막는 부분은 정말 실소가 나오더군요. 이런 무리수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샤아의 클론을 등장시킨 부분도 영.. 딱히 하는 일도 없이 그냥 악역이잖아요.

이런저런 단점을 많이 얘기했는데, 장점도 꽤 있습니다. 우선 소설가가 쓴 원작을 갖고 만든 거라 전반적으로 대사나 장면전환에 무리수가 없이 매끈하게 흐르는 면이 좋았어요. 또 극장판에 못 미친다고 평했지만 어찌됐든 OVA로는 최상급 작화를 보여주고요. 재미있었는가 묻는다면 재미있게 봤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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