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관련 여부에 대한 타후보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특검이 들어서더라도 이미 대선은 결판이 났다고 봐야 할것 같습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분들도 계신듯 하지만, 어찌됐든 여론조사는 통계적으로 검증된 기법입니다. 응답률이 낮으면 오차범위가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1위와 2,3위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조사결과가 뒤집힐 정도의 오차가 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명박이 지지율면에서 압도적인 1위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대로 당선될 공산이 크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난 대선에서의 노무현 후보를 떠올려보면,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을 제외한 여타 후보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노무현 진영은 이회창에 대한 네거티브를 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노무현이 당선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청사진이 있었습니다. 지역화합과 균형발전, 수도이전 같이 지금도 기억나는 분명한 정책목표가 있었죠. 지금은 이명박만이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운하를 파고(실질적으로는 엄청난 손실로 경제를 말아먹을것 같지만) 금산분리를 철폐하고(재벌은행을 허가하여 재벌에게 무소불위의 금권을 주겠다) 자사고 100개를 설립하겠다(고교평준화를 폐지하여 부자에게 더 많은 교육기회를 주겠다)는거죠. 다른 후보들은 이명박이 되면 나라 꼴이 엉망이 된다는 사실은 설파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신 자기를 찍어야 한다는 비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는 선거운동에 있어 정책과 네거티브 사이의 밸런스를 맞췄어야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네거티브 쪽으로 쏠리면서 공약을 제시하고 이슈를 선점하는데 실패했다는거고, 이대로는 이명박을 안 찍으려는 사람도 마땅히 찍을 후보가 없다는겁니다..
이명박과 BBK 관련여부는 결국 무혐의로 끝날것 같습니다. 사기에 이용된 회사를 같이 차렸다는것과 실제 사기를 같이 친건 다르죠. 혐의가 입증되려면 지난번 검찰 조사에서처럼 자금흐름을 봐야 합니다. 김경준이 주가조작으로 만든 돈이 이명박에게 흘러들어갔어야 혐의가 입증되는데, 이 부분은 지난번에 안 나왔던 내용이 다시 조사한다고 나올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BBK를 만들던 시점에서 이명박의 의도야 알 수 없지만, 김경준이 주가조작을 하고 장난질을 치는 시점에서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고 빠져나온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감각이든 우연이든 뭐든간에 결정적인건 피했기 때문에 이번 특검도 받아들인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는건 결국 다시 조사해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좀 우울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또다른 싸움의 시작이 될것 같으니 벌써부터 패배주의에 빠지거나 기운을 잃어서는 안되겠죠. 운하를 막고 금산분리법을 지켜내는 일을 통해 큰 틀에서 완전히 잘못되는 것만은 막아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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