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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7일 수요일

Agents of Mayhem (PS4)

세인츠로우 시리즈의 정점은 3편이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지만, 사실 저는 4편도 꽤 재미있게 했습니다. 세인츠로우 4편은 외계인과 가상현실 속에서 싸운다는 황당한 설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나 벼라별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도 무방한 게임이었고 나름의 고유한 재미가 분명했거든요. 그래서 세인츠로우 4편의 미적지근한 상업적인 결과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리즈를 만든다고 했을때는 좀 더 본격적인 황당한 게임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면에서 꽤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초반을 견디기 힘든 게임이었고 그냥 접어두게 된거죠. 그리고 몇년이 지나 PS5로 기계가 바뀌고, 제작사인 볼리션은 세인츠로우 리부트를 내놓고, 저는 쳐박아뒀던 이 게임이 불현듯 생각나 다시 플레이해보게 되었습니다.

초반의 고비를 넘기니 이 게임이 가진 약간의 재미가 보이기 시작해서 어찌어찌 끝까지는 플레이하고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이 게임이 가장 실패한 부분은 이 게임이 내세우는 서울이라는 공간입니다. 게임의 배경이 무려 서울인데, 막상 플레이 해보면 이게 서울일 이유는 별로 없고, 그닥 서울 같이 보이지도 않아요. 약간 우리나라 건축물 양식과 일본 건축물 양식이 섞여있는 오래된 건물이 나오고, 거리는 상가의 한글 간판에서 살짝 서울 느낌이 나기는 하는데 간판의 한글을 읽을 수 있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가게 배치 같은게 영 어색하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색이 보이지 않아요. 오픈월드 게임을 하다보면 구역마다 특색이 있어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 장소를 알아가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은 그 지점에서 실패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이 공간보다는 미션에 치중해 있는데다 구역이 갖는 특색이 없다보니 그냥 천편일률적인 공간을 네비를 따라 차를 몰아 목표지점까지 이동한 다음에 지하 혹은 건물 옥상에서 펼쳐지는 미션을 플레이하고, 또 네비를 따라 다음 미션으로 이동해 가는 식이 됩니다.

사실 전작인 세인츠로우4도 공간에 특색이 별로 없는 편이긴 했는데, 그래도 대충 도심지역, 공장지역, 교외지역 뭐 이런 식으로 약간의 구분을 느낄 수는 있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어요. 어딜 가도 그냥 도심이거나 약간 덜 도심인 지역에서 미션을 하게 됩니다.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LEGION이라는 악의 조직이 지구상의 각 국가를 궤멸시키려 하고, MAYHEM의 에이전트들이 이에 맞선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MAYHEM의 에이전트들의 이야기가 한 축, 이들이 LEGION과 싸우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게 됩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들이 다 평범하고 진부해요. 게임을 시작하면 아크라고 부르는 MAYHEM의 본거지에서 미션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종종 아크로 돌아가서 미션을 받거나 각종 업그레이드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게임의 주된 흐름이 아크에 있다가 미션을 받아 서울의 워프포인트에서 차를 몰아 미션 지점으로 이동하는 식이 되는데, 이렇게 되니 맵 상에 펼쳐진 사이드 미션을 다 지나치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계속 서울에 있는게 아니라 아크에서 왔다갔다하게 되니 중요 미션 사이사이에 사이드 미션으로 빠지는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거죠. 오픈월드인데 배경이 중요하지 않은 신개념 게임이 된겁니다.

오래 묵은 세인츠로우 엔진을 개선하여 사용해서 건슈팅 감각은 잘 전달됩니다. 다만 건슈팅 이외의 시스템이 자연스럽지 않고 재미도 떨어지는게 문제죠. 사이드 퀘스트도 전작에서 별로 발전하지 않았구요. 에이전트들의 이야기와 메인 시나리오 이외의 컨텐츠는 그냥 다 버려지는 수준이에요. 저도 거의 메인 컨텐츠 부분만 진행했는데, 남은 부가 퀘스트들은 전혀 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이 완전 엉망이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슈팅의 재미와 보스전의 구성은 괜찮은 편이라, 사이드 퀘스트 다 생략하고 가볍게 즐기는 액션 슈터 정도의 재미는 있습니다. 다만 오픈월드로서의 활용도는 떨어지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