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을 봤습니다.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 2분에 이르는, 2017년 영화판에서 구현 못 했던 잭 스나이더의 원안을 그대로 구현한 판본이죠. 꽤 재미있게 봤어요. 시간적 여유를 갖고 풀어나가다 보니 이야기도 풍부해졌고 사건의 인과관계도 잘 들어맞게 되었더군요. 작정하고 감독의 원안을 그대로 따라가서 4시간의 러닝타임을 갖게 됐지만, 에필로그 부분을 팍 줄이고 악몽 같은거 날리고 슬로모션 들어간 장면들 줄이고 중간중간에 스토리 압축하면 2시간 30분 정도로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2017년에 그렇게 만들었으면 평가가 훨씬 좋아서 후속작까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이전 영화판의 나쁜 결과물은 감독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따지고 보면 제작사인 워너는 분명히 2시간짜리 한편으로 주문을 넣은거고, 결국 그걸 거부하고 4시간짜리 시나리오를 쓴 스나이더도 2017판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것 같아요.
이 스나이더 컷 자체는 꽤 좋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 궁금해져서 스나이더가 공개한 저스티스 리그 후속작의 내용을 찾아 봤더니 워너가 후속작을 승인하지 않고 2시간짜리 한 편으로 제한한 이유가 납득이 가더군요. 사건을 움직이는 핵심 장치가 안일해서 차라리 안 만들어진게 다행이다 싶은 이야기였어요. 이 판본을 관람하고 나면 후속작도 보고 싶어지겠지만, 현재 캐스팅 유지하며 속편 찍기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스나이더 본인이 계획했던 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를 잇는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거라는게 어찌보면 다행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