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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0일 일요일

Days Gone (PS4)


데이즈 곤(Days Gone)은 출시 초기에 버그가 많아 평이 매우 안 좋았지만, 꾸역꾸역 끝까지 플레이한 소수의 게이머들에게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이나 스토리는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죠. 오픈월드 타이틀 중에 거의 처음으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한 게임이라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래서 나중에 버그 수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가격도 많이 내려갔고 시간도 (강제로) 생기고 해서 플레이하게 되었네요.

제작사는 PS1 시절에 히트했던 TPS인 사이폰필터(syphonfilter) 시리즈의 벤드 스튜디오(Bend Studio)입니다. 사이폰필터 출시 당시에는 회사 이름이 Eidetic이었죠. 사이폰필터가 꽤 성공했기에 소니의 주력 스튜디오로 성장 했을 것 같았는데, 회사 규모를 키우지 못해서 작은 타이틀만 개발하는 스튜디오로 남았다고 합니다. 회사의 위치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개발자 인력을 쉽게 수급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면 개발사를 성장시키기가 어렵죠. 그러다가 어영부영 세월을 보낸 끝에 야심차게 규모를 키워서 만든게 이번 데이즈 곤 이구요. (키웠다곤 해도 130명 남짓으로, 오픈월드 타이틀을 개발하기에 큰 규모는 아니죠)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따낸 타이틀이니 저는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일단 버그는 플레잉 타임 전체에 걸쳐 거의 경험하지 못했고(딱 한 번 이동 버그인지 좀비가 하늘에 떠 있더군요), 로딩이 좀 길기는 했는데 그 외에는 크게 흠 잡을 나위 없이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오픈월드는 게임플레이에서 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언제나 관건 중 하나인데, 데이즈 곤은 바이크로 이동하는 걸로 풀었더군요. 기본적으로 바이크로 구불구불한 오프로드를 이동하며 조작하는 재미가 있고, 여기에 길에 세워둔 좀비들이 이동을 방해하고, 가끔 여러 종류의 돌발적인 상황이 있는 방식입니다. 좀비가 밤에 주로 돌아다니는 특성이 있어서 밤에 이동 시 좀 더 좀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고, 낮에 이동 시에는 낮은 확률로 인간 강도를 만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오픈월드 전용 게임 엔진, 이를테면 호라이즌 제로 던에 쓰인 데시마 엔진이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쓰이는 앤빌넥스트 엔진 같은 것과 비교해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하여 생기는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 궁금함이 있었는데, 역시 범용 엔진을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로딩이 오래 걸리는 편이고, 바이크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 중간에 일시적으로 느려짐이 생깁니다.(레벨 스트리밍이 덜 되어서 그렇겠죠) 이외에 중간중간 지역을 변경 하는데 생기는 로딩을 체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연출을 넣어 둔 부분이 있습니다. (캠프 문 앞에서는 반드시 바이크를 정차하게 만든다거나, 터널을 통과하게 만든다거나) 약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그나마 잘 배치해 둔 편이구요. 차세대기로 넘어가면 이런 로딩 문제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네요.

스토리는 그냥 무난하게 괜찮은 편이지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정석적으로 잘 구성된 편입니다. 게임 초반에는 부정적인 성격의 주인공이 던지는 대사들이 약간의 피로감을 주는데, 플레이하다보면 말로만 투덜거리며 결국 온 동네 호구짓을 도맡아 처리하는 주인공에게 친숙한 감정이 드는 걸 보면 캐릭터의 매력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구요.

수집 요소나 반복적인 부분이 이것저것 들어가 있는데, 맵 상에 엄청나게 많이 뿌려 놓은 것에 비해서는 다 모으지 않아도 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만 신경쓰면 모든 트로피를 딸 수 있습니다.

총기를 사용한 전투도 잘 구성된 편이고(이건 사이폰필터 제작사니까 당연히 믿을 만 합니다), 게임 후반부에 엄청난 수의 좀비와 대결하는 부분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가격이 대폭 내려간데다 버그 수정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는 강력히 추천할만한 게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