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적자면, 나름대로 즐기긴 했지만, 이번 작품 이후로 더 이상 슈로대를 플레이하지 않을 것 같네요. 총 52화 구성에 한 화당 대략 한 시간 정도의 플레잉타임을 가지니까, 한 번 클리어 하는데 55시간 이상 걸립니다. 최후반부의 스테이지는 더 기니까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걸렸을 수도 있어요. 완전 공략을 하려면 두 명의 주인공을 양쪽으로 다 클리어해야 한다고 하니 110시간은 넘게 걸리겠네요. 재미있는 게임이 넘쳐나는 요즘 한 타이틀에 이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기는 힘들고, 두 번 플레이 할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장점이 없는건 아니에요. 우선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한글화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죠. 시나리오가 중요한 게임인데다 평행세계를 다루면서 이리저리 꼬여있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한글화가 필수인 타이틀인데, 적절히 한글화가 되어있어서 플레이 하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재미있느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고 답할 수 밖에 없어요. 너무나 많은 아군 세력 만큼이나 너무나 많은 적 세력이 등장해서 이리저리 꼬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나름 앞뒤를 잘 맞춰놓긴 했지만 기계적으로 잘 맞춰놨다는 인상을 받을 뿐입니다.
시나리오의 흐름에도 문제가 있는데, 일반적인 기승전결에 비추어 전체 시나리오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이야기가 기-승승승승-전-결결결결 같은 느낌이에요. 도입부는 익숙한 방식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아군 세력이 모이는 부분은 따로 겉도는 느낌이 들고, 다 모인 이후에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가,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아군 세력에 대응하는 적 세력들이 숙제하듯 정리됩니다. 이 숙제의 와중에 일부는 어느 정도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게 정리가 되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퇴장할 차례를 기다리며 순서대로 나와서 약속된 결전을 벌이고 퇴장하는 기묘한 광경을 연출해요.
처음 보는 전투 컷신 연출도 한 두번 보고 나면 모조리 스킵하게 되고, 뿌린 떡밥을 착실히 회수하는 이야기를 보는 맛에 어찌어찌 끝까지 플레이는 했지만, 결국 슈퍼로봇대전 V는 새로운 컨텐츠가 부족합니다. 이 문제는 이 시리즈가 가진 원죄와 같은 것이라,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컷신이 반복될 다음 작품을 또 하고 싶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