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만드는 스파이더맨의 첫 번째 단독 영화입니다. 일단 마블이 만들기 때문에 소니가 만든 5편의 전작(샘 레이미 3부작, 어메이징 2부작)들과 확실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는데요. 우선 이미 풍부하게 구축되어 있는 마블 세계관에 편입되어 전작들의 각종 요소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5편이나 되는 전작들과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블은 늘 그렇듯 주어진 난제를 잘 풀어냅니다.
이런 작법은 근래에 몇 번 나온 거긴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이 처음으로 등장하던 장면을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기존 세계관에 어떻게 결합될 지 보여주며 시작하는 부분도 좋았고, 이후의 스토리 전개도 매우 마블 세계관에 걸맞게 진행됩니다. 게다가 전작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도 확실한데, 일단 벤 삼촌의 사망은 완전히 생략해 버렸고, 전작들 및 원작의 캐릭터들을 상당수 뒤섞어서 재해석합니다. 그래서 대충 스파이더맨틱한 느낌이긴 한데 인물들이 조금씩 달라져 있어요. 어느 정도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합니다. 어차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원작 만화와도 다른 평행세계라는 설정이니까 뭐든 상관없기도 하구요. 달리 보면 이런걸 허용하지 않으면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액션도 좀 다른 느낌인데, 전작들이 대도시의 빌딩숲을 헤치며 날아다니는 장면이 많았던 것에 비해 주택가나 해안이 배경인 경우 등 건물들이 없거나 저층인 상황이 많아서 호쾌한 맛은 좀 없어요. 아직 미숙하다는 설정에 따라 전투 장면도 왠지 멋지게 싸우는 느낌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성장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이 부분은 후속작을 기대해야 할것 같아요. 다만 성장물로서의 방향성은 영화 전반에 걸쳐 명확하기 때문에 스토리와 분위기, 소소한 재미를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매우 볼거리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