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츄리언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 1962)'로 유명했던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말년작 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맨츄리언 켄디데이트'가 그렇게 알려진 영화는 아닐 겁니다. 사실 저도 직접 본 적은 없어요. 1960년대에 유명 감독이었던 사람이 내놓은 90년대 영화니까 이 분이 감독만 40년 이상 하신 모양인데, 로닌의 앞뒤로 내놓은 영화들은 모두 폭망 했고, 2002년에 작고하신 관계로 말년에 내놓은 멀쩡한 영화는 로닌이 유일하죠. 개인적으로는 99년 즈음에 비디오로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지금쯤이면 고화질로 리마스터 되어 출시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 추격씬이죠. 집요할 정도로 세세하고 길게 자동차 추격 장면을 묘사하는데, 프랑스 배경의 영화라 전반적으로 오래된 도시답게 도로들이 구불구불하고 좁습니다. 헐리웃 영화의 추격 장면과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데, 공간을 잘 활용해서 집요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추격전을 벌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점차 고조됨을 느낄 수 있어요. 아마 CG가 들어간 현재의 영화에 길들여진 지금 관객의 시점에서 이 영화의 자동차 추격씬을 처음으로 보게 되더라도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도 그럭저럭 괜찮아요. 로닌은 일본어로 주군을 잃은 무사, 낭인을 말하는데, 사실 이 제목은 약간 와패니즈 느낌이 납니다. 뭐 딱히 등장인물들을 낭인에 연결 지을 만한 이유가 없어요. 강렬한 제목을 위해 선택한 단어인 듯 한데, 제목과 내용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시나리오에 별로 덜컥거리는 부분은 없고, 러닝타임 2시간이 아주 바쁘게 돌아가면서도 꼼꼼하게 캐릭터의 성격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15년 만에 다시 봤는데도 숨죽인 채 손을 꽉 쥐고 끝까지 보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