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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테드 창)

음, 일단 발단은 이렇습니다.

우연찮게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됐는데, 인터뷰 내용 중에 헐리웃에서의 연출 제의를 거절하게 된 이야기가 나와 있었어요. 어떤 얘기냐 하면, 봉감독이 헐리웃에서 연출 제의를 받게 되었는데, 각본을 읽고 다시 그 각본의 원작이 된 소설을 읽어보니 원작을 각색한 방식이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이라 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봉감독이 자기가 각본을 다시 쓰는 조건으로 연출을 맡으면 어떻겠냐고 역제안을 했더니, 헐리웃 쪽 제작사에서 이미 캐스팅까지 완료하고 출연 배우들 스케쥴 조정도 해둔 상황이라 각본을 다시 쓸 시간이 없다고 하여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후에 해당 프로젝트의 감독으로 '시카리오 Sicario (2015)'에서의 뛰어난 연출로 유명한 드니 빌뇌브가 들어가서 완성한 영화가 'Arrival (2016)'입니다. 원작 소설은 테드 창의 유명한 SF 단편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이구요. 이 글에서 다룰 내용은 이 원작 소설에 대한 제 감상입니다.

테드 창의 이 원작 소설은 SF 소설을 추천할 때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라 몇 년 전부터 읽어보려고 마음만 먹어둔 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제가 읽기도 전에 영화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거죠. 이런 경우에 보통은 그냥 영화판으로 보고 마는데, 이번 경우에는 영화판의 각본에 대해 봉감독이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의 각본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묘하게 걸리더라는거죠.

이게 뭔가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과 비교하여 많이 바뀌긴 했다는 얘기로 들려서, 어찌됐든 영화판을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어두기로 결심하게 된겁니다. 예전에도 한 번 이 책을 사려고 인터넷 서점의 카트에 넣어두긴 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 이런 류의 책을 사는데 전보다 더 큰 결심이 필요해져서 보류해 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는걸로 정하고 며칠전에 읽어서 짧은 감상을 남기려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작이 어땠냐 얘기를 좀 해보자면.. 글의 전체 구조가 2개의 시간축을 나누어 교차하는 형식을 띠고 있는데,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방법이 이 서술 구조에 의존하는 바가 큽니다. 원작의 경우엔 단편소설이니 이 구조만으로도 극적인 느낌을 살리기에 충분하지만, 이걸로 영화 한 편을 만들기에는 영화에 어울리는 시각적인 부분이 좀 약하죠.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외계어를 해독하는 과정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보니 주축이 되는 사건이 시각화하기에 좋은 것도 아니고, 일단 헐리웃에서 영화를 만들때 손을 안 대고 충실히 각색만 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성격의 원작은 아니더군요. 원작은 외계인과 조우하여 알게 되는 외계인 언어에 대한 묘사가 충실하고 정교하지만,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온전히 드라마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보여줄만 한게 적어요.

그런 의미에서 Arrival의 예고편에서 종종 보이는 헐리웃식의 각색이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괜시리 인류의 내부 분열에 의한 위기도 집어넣고 말이죠. 원작 소설의 2개의 시간축 중에 외계인과 조우하는 부분이 어떻게 각색됐을지 유추해보자면, Boxofficemojo에 나와있는 제작비 규모로 보아 화끈하게 두드려 부수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을것 같고, 예고편으로 보아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데, 다른 한 축이 어떻게 각색이 됐을지는 좀 상상이 안 가요. IMDB의 캐스팅 목록을 보면 그 부분을 아예 없애지는 않았다고 보이고, 약간 다르게 묘사했겠지만 큰 틀에서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하여튼 이렇게 원작을 읽었으니 이제 맘편히 영화판을 볼 날을 기다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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