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제가 닌텐도에 호의적인 입장이 아니기는 하지만, WiiU에 이은 또 하나의 망작 탄생을 본 것 같습니다. Seamless하게 휴대기와 거치기를 하나로 통합한 점은 훌륭하지만, 그것 이외에는 제대로 된 부분이 하나도 안 보여요.
우선 거치기로서는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 테그라 칩셋을 사용했으니 ARM계열의 CPU에 모바일 GPU인데, 이걸 갖고 현세대 거치기랑 성능으로 경쟁하는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겨우 현세대 콘솔 게임을 다운이식하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어요. 정규 해상도가 720P인데, 이걸 모바일로 보면 봐줄만 하겠지만 TV에 꽂으면 떨어지는 성능이 확연히 드러나죠.
모바일 기기로서도 문제인게, 근본적으로 3DS가 안 팔리기 시작한건 다른 게임기에 밀려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밀려서 입니다. 늘상 들고 다니는 기기로 게임을 하면 되지 번거롭게 다른 기기를 챙기게 만들만한 요인이 없어요.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도 의심스러운게, 6인치 화면에 테그라 칩셋을 채택했으니 배터리 부족이 심각하게 드러날겁니다. 탈착식 컨트롤러의 분실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내구성이 특히 우려되구요.
휴대기와 거치기의 매끈한 연결은 그 자체로 멋진 느낌을 주는 기믹이긴 한데, 근본적으로 재미 요소가 아닙니다. 현세대 콘솔들이 다른 재미 요소를 접어두고 우선적으로 렌더링 성능을 통한 고전적인 시각적 재미에 매달렸던 이유를 알아야 해요. Wii의 반짝 성공은 하드웨어 설계가 재미 요소와 연결됐기 때문이고, WiiU의 실패는 그게 그냥 기믹일 뿐이었기 때문이죠. 스위치의 설계에는 멋진 면은 있지만 그게 재미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기로서의 장점이 될 수 없어요.
또 하나 간과된 점이 있다면 모바일과 거치기용 게임의 디자인이 다르다는 점이이에요. 모바일은 짧게 짧게 끊어지는 플레이 구조를 가진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 반면 거치기는 좀 더 긴 호흡의 플레이 구조를 갖는데, 이걸 기계만 하나로 만들었다고 하나의 게임이 양쪽에서 먹히는게 아니죠. 결국 게임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설계해야 합니다. UI 디자인도 달라지는데, 모바일에서는 한 화면에 나오는 텍스트의 양을 줄이고 글꼴을 키워야 하지만, 거치기에서는 좀 더 많은 양의 정보를 한 화면에 집어넣죠. 이렇게 이질적인 상황에 모두 대응하려면 개발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거치기 이식작은 성능에서 밀려서 스위치판이 타 기종에 우선하여 선택되는 일이 없을테니, 결국 출시되는 게임은 대부분 모바일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역으로 하드웨어를 정의하게 되는거죠. 그냥 모바일 기기인데 TV Out이 되는 기계가 되어서 스마트폰과의 희망없는 사용시간 점유율 경쟁에 내몰려야 하구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또 하나의 닌텐도 게임 전용 휴대기가 나왔다고 생각이 됩니다. 포켓몬/마리오/젤다/몬헌 하는 사람들만 사는 기기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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