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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9일 화요일

신자유주의 시대의 삶..

웹서핑 중에 우연히 맞벌이에 대한 책을 하나 찾았습니다.

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때마침 맞벌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뭔가 유용한 내용인가 싶어 서평을 읽어보았습니다.

본문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출판사가 제공한 리뷰를 보니 대략의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출판사 리뷰의 일부입니다.

위기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욕구, 즉 자녀에게 더 좋은 성장환경을 제공하고,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 더 좋은 미래를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빚을 진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고, 이는 일부 주거지의 주택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인다. 또 성공한 중산층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 대학졸업장이 필수가 되고, 이는 다시 조기교육의 열풍을 부른다.

이런 상황은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엄마들의 사회진출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게다가 낮은 금리에서 비롯된 가계신용의 확대는 가정이 더욱 손쉽게 돈을 빌리는 바탕이 됐다. 풍부한 자금 조달력을 가지게 된 중산층은 점점 더 좋은 집으로, 좋은 교육프로그램으로 몰려들고 이는 곧바로 집값 상승으로, 교육비 증가로 이어졌다. 과도한 입찰전쟁의 악순환은 중산층 소득의 대부분을 집어삼켰고, 이제 중산층은 부부가 모두 일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바로 '맞벌이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지출되는 가계비용은 여차하면 줄일 수 있는 가변비용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출해야하는 고정비용이다.


제가 요즘 맞벌이에 대해 고민하던 이유도 바로 저것입니다. 지금 쓰나미처럼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 부모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아이의 사회적인 신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예를들면, 미국 대학들의 살인적인 등록금을 감안하면 부모가 어느정도 재력이 있어서 밀어주지 않는 아이는 대학 다니기도 힘들다는 얘기죠.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 서울대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구조를 감안하면 결국 아이를 서울대 보내는데 모든걸 걸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겁니다. 그나마 공부시켜서 서울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몇몇 주요 명문대에 보내는 것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이제는 대학을 나와도 영어로 다시 승부를 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가는 겁니다. 영어(를 포함한 어학)의 경우에는 해당 언어에 노출되는 만큼(즉, 돈을 들인 만큼) 효과가 나오는지라,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이걸 '개천에서 용나오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들 표현하던데 말이죠.

이 책의 발간년도가 2003년인데, 이때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입니다. 나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했다고도 볼 수 있는 책인데, 여튼 이 책에서는 문제제기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여서 후속작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있었죠.

맞벌이 부부의 경제학

이 책에서는 해결책으로 5.3.2 법칙을 주장합니다. 5.3.2 법칙은 전체 수입을 쪼개서 필수항목에 50%를, 여가생활에 30%를, 저축에 20%를 할당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런 황금비율을 지킬 수 있다면 혹시나 있을 실직같은 재정적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재무유연성이 생기게 되고, 적당한 여가생활을 통해 삶의 여유와 행복을 되찾게 되며, 빚을 갚거나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재무안정성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실행하자면 결국 몇가지를 포기해야 합니다. 주택대출상환을 포기해야 하고(주택대출 자체를 안 해야 되겠죠), 자녀교육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한가지 선택지일 뿐이지, 그 자체로 해결책으로는 여겨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선택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렇다면 이 무한경쟁 체제속에서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가지나 될까요.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떠올랐습니다.

1. 경쟁을 회피한다.

얼마전 무릎팍 도사에 작가 이외수씨가 나와서 자식들에게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제분들이 이외수씨에게 과외 안하면 경쟁에서 밀린다고 하자 경쟁을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전쟁을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길만한 조건에서 싸우는 거죠. 기득권층이 정해놓은 룰 안에서 싸우는 대신, 그러한 룰이 통하지 않는 다른 전장을 선택하는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겁니다. 그렇지만 이건 사회적인 불합리를 해결하는 방법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단점이 있고, 근본적으로 이렇게 경쟁을 회피해서 싸울만한 전장이 과연 몇곳이나 될까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존 대학의 교육방식으로는 공급할 수 없는 독특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된다든가 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일텐데, 그런 분야가 얼마나 될까요? 또 그런 분야를 시의적절하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2. 경쟁에 뛰어든다.

뭐 별 수 있나요. 그냥 어느정도 다른걸 희생하고 집사고 과외시키는데 투자하는겁니다. 남들 하는만큼은 다 해주고요, 그 다음 결과는 본인이 내는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이 방식은 부모의 절대적인 희생을 강요합니다. 물론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한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살고 말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내 자녀가 현재의 경쟁사회에서 승자가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뭔가 답답해지기도 하구요.

3. 경쟁의 규칙을 바꾼다.

지금부터 천천히 경쟁의 규칙을 바꾸면 수십년 후에는 경쟁 구도가 바뀔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신자유주의 기조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므로(이제와서 되돌리기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죠), 역시나 우리나라 안에서는 답이 안 나올듯 합니다. 이건 결국 이민가라는 얘기 밖에 안 되겠죠. 실제로 이민 간 사람이 주변에 몇 있습니다.

요즘엔 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 왜 생기는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만, 당장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고.. 결국에는 어중간하게 경쟁에 뛰어드는 쪽으로 휩쓸려가는게 일반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아, 정말 사교육이 없는 적은 외국으로 이민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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