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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4일 목요일

SKT T1의 코칭스태프 전원 경질에 대하여..

일전에 pgr에서 주훈감독의 경질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단 적이 있었는데, 결국 현실화되었군요.

SK텔레콤 T1 코칭스태프 전원 경질

SK텔레콤 T1, 코칭스태프 전원 경질 이유는?

SK텔레콤 T1 감독, 코치 등 코칭 스태프 전원 경질

전 SK텔레콤 코칭 스태프 향후 거취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의 T1은 코칭스태프 개편이 시급해 보입니다. 성적이 하위권이라도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면 코칭스태프 전원 경질이라는 초강수는 두지 않았을 겁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코칭스태프 전원을 경질하고 후임 감독자리를 공백으로 두는 형식인데, 이러한 결정이 나올 정도면 프런트가 판단하기에 현재의 코칭스태프가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 공백상태랑 똑같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T1은 2005년 전후기 우승에 그랜드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하고 2006년 전기까지도 우승을 이어온 최강팀이었지만, 2006년 후기리그 직전에 팀의 주축인 임요환 선수가 공군에 입대하고 성적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2006 후기리그 7위
2007 전기리그 8위
2007 후기리그 10위


1년반동안 부진했던 것도 문제지만 이에 더해 내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게 결정적입니다. (순위의 추이가 보이시죠?) 지금의 체제로 그냥 가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거죠. 다른 프로스포츠들의 경우를 감안해보면, 억대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진 감독이 3시즌이나 팀을 하위권으로 만들었는데 이제까지 기다리다 경질하는것만해도 많은 기회를 준거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성적이 나빠질 여지도 없으니 후임으로 누가 와도 별 부담이 없을것 같습니다.

저는 2006년에 사람들이 소위 '오버트리플크라운'이라고 부르는 프로리그 삼관왕을 달성했을 정도로 검증된 주훈 감독의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기 보다는, 임요환 선수가 빠진 이후 선수단 장악면에서 문제가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2006 전기리그까지 우승을 했던 선수구성에서 임요환 선수가 빠진 직후부터 성적이 급락했는데, 아무래도 임요환 선수가 선수단을 장악한 상태에서 주훈감독의 훈련프로그램과 접목되어 성적을 일구어낸 것이고, 임요환 선수가 빠진 후로는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서 사실상 훈련프로그램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 꼭 정확히 이런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뭔가 정서적인 면에서 주훈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괴리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했던 임요환 선수가 빠지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의 괴리가 봉합되지 못하고 점점 더 커지기만 해서 성적이 계속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프런트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요? 선수단을 물갈이하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코칭스태프를 물갈이 하는게 맞을까요? 프런트 입장에서는 당연히 후자를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감독이 없이도 경기는 할 수 있지만, 선수가 없이는 경기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코칭스태프를 전원 경질한 직후에 팀내 고참급인 박용욱 최연성 선수를 플레잉코치로 전환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선수단 내부 인사를 코칭스태프로 전환하여 선수단이 기존 코칭스태프 및 코칭스태프라는 위치 자체에 갖고 있던 불신을 해소하는 인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다음 시즌의 T1은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요소가 없어진 상태이므로 별다른 선수 보충 없이도 적어도 이번 시즌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2008년 1월 21일 월요일

연말 日 DVD시장 블루레이 압승

일본인들은 '카치구미(勝ち組)/마케구미(負け組)'라고 하는 대세 추종적인 성향을 보이기로 유명하죠.. 일본에서는 블루레이와 HD-DVD의 차세대 광저장매체 전쟁이 종지부를 찍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연말 日 DVD시장 블루레이 '압승'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점유율 96.2%랍니다. 이 몰아주기 성향이 이번에는 소니를 살리겠군요..

2008년 1월 16일 수요일

비스타가 갖는 의의..

비스타 별로라고 사람들이 하도 악담을 하길레, 측은한 마음에 약간 변명을 해줄까 합니다. 뭐 사실 비스타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MS의 운영체제 개발 방향이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추측이에요. 기술적인 이야기는 간단히 넘어가고 사용자 관점에서 본 장점 위주로 쉽게 풀어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글은 하드코어 게이밍 관점에서 적습니다. 원래 이쪽이 가장 먼저 시스템의 한계에 직면하는 쪽이고, 이쪽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게 이해가 빠르겠죠.

비스타에만 들어가는 DirectX 10의 실체가 도대체 뭐냐에서 시작해보죠. DirectX 10을 비스타에서만 지원하는게 XP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걸 일부러 안하는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해야할까.. 하튼 그래요.

XP까지는 디스플레이 장치 드라이버가 WDM(Windows Driver Model) 방식이었습니다. WDM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를 위한 구조는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장치 드라이버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오는 한계 같은게 좀 있었어요. 대표적인게 전화면으로 게임을 하다가 창으로 빠져나가면 전화면 게임이 사용하던 화면이 깨지기 때문에 게임으로 돌아가는데 한참 걸리던 것 같은 증상이죠. 이걸 device lost라고 하는데, WDM 방식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증상이었어요. 왜냐하면 디스플레이 어댑터(흔히 말하는 그래픽 카드)라는 자원이 운영체제가 전적으로 관리하는 자원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통신을 주고 받는, 서로 협력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장치의 상태를 세세하게 유지시킬 수가 없었던거죠.

이런 이유로(더 현실적으로는, 이런 상태로는 3D 데스크탑-3차원 바탕화면-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비스타에 새로운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조를 만드는데, 그게 WDDM(Windows Vista Display Driver Model)입니다.

다음은 관련 문서인데, 기술적인 설명이니 생략하셔도 됩니다.

Windows Vista Display Driver Model

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WDDM을 도입하면 장치를 잃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화면과 창화면으로의 전환에도 로딩 속도가 줄게 되고, 기존의 셰이더 구조에 기하 셰이더-geometry shader-를 추가할 수 있게 되죠.

기하 셰이더의 경우에는, 현재로서는 그다지 큰 장점은 없다고 봐야 해요. 기하 셰이더로 할 수 있는 작업은 CPU로도 대체할 수 있는데, 요즘은 CPU가 점점 멀티코어로 가면서 셰이더 보다는 남는 CPU 코어를 활용하는 쪽이 성능면에서 더 이익인 상태라..

그러니까 DirectX 10이 비스타에만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3D 데스크탑을 구현하려면 운영체제가 이전보다 디스플레이 어댑터를 더 많이 장악해야 했다.

2. 이를 구현하기 위해 커널을 고쳐서 새로운 드라이버 구조를 만들었다. (이 부분은 XP에 적용이 불가능)

3. 새로운 드라이버 구조를 통해 기하 셰이더를 구현했다. (이 부분은 기존의 DX9에 적용이 불가능)

4. 현재로서는 멀티코어 CPU가 더 빠르므로 기하 셰이더가 큰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DirectX 10이 비스타에만 들어가는건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DirectX 10 자체가 당장은 큰 쓸모가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워요. 디스플레이 어댑터에서 처리하는 기하 셰이더의 성능이 향상되고 물리와 인공지능 처리량 등의 증가로 멀티코어 CPU 활용이 극대화되면 상황이 다시 바뀔수도 있죠.

이외에 현재의 XP가 구조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문제점이 있어요.

이건 사실 XP의 문제가 아니라 32비트 운영체제의 구조가 갖는 문제인데, 디스플레이 어댑터에 꽂을 수 있는 비디오램의 크기가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요.

최근의 게임은 비디오램을 512MB까지 활용하는데, 이런 추세대로라면 2~3년내에 1GB를 돌파할것 같아요. 그런데 32비트 운영체제에서는 비디오램을 1GB씩 꽂기가 어려워요.

다음은 역시나 기술적인 설명이므로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Dude, Where's My 4 Gigabytes of RAM?

왜 비디오램을 1GB씩 꽂기가 어렵냐면, 운영체제가 그런 용량을 할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32비트 운영체제는 메모리 주소로 2의 32승 = 4기가의 크기를 가져요.(2^32=4,294,967,296bytes=4GB) 그 중에 운영체제가 장치드라이버 및 프로세스나 공유 개체 등 여러가지 운영체제 관리 기능에 2기가를 사용하고, 응용프로그램에게는 각각 2기가씩의 가상 메모리 주소 영역을 주죠. 그런데 비디오램에 내용을 채우려면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주소 영역에서 주소를 떼어내어 할당해 주어야 하는데, 여기다 1기가씩 주면 다른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공간이 없어지는거에요. 일단 비디오램이 1기가인 정도는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1기가 이후에도 비디오램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질 공산이 커요. 그렇다면 언제까지 편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결국엔 64비트 운영체제로 넘어가는 수 밖에 없어요.

결국 비스타는 이 두가지 문제를 모두 한방에 해결하는 방식으로 설계한거죠. 뭐 이외에도 여러가지를 한번에 처리하려고 했지만(WinFS니 하는 것들), 게이머 관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두가지 문제가 비스타(정확히는 비스타 64비트 버전)에서 해결이 됩니다. 그러니까 결국 언젠가 향후에는 비스타 64비트 버전이나 그 후속버전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물론 그 전에 한번 고비를 넘어야 할거에요. 누군가가 64비트에 맞춘 게임을 내놔야 하니까요. 현재로서는 시장상황상 그렇게 만들 개발사가 없겠지만, 하이엔드 그래픽을 추구하는 미국쪽 개발사 중에 어딘가에서 2~3년내에는 그런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스타를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 말도 맞아요. 단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32비트 기반의 XP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빠른 시일내에 현실로 드러나게 되므로, 향후 몇년간 판매할 것을 목표로 비스타를 개발하는 MS로서는 제품 싸이클 내에 한계에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구조로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거에요. XP도 벌써 6년이나 됐고, 비스타도 6년 이상 판매할 생각이라면, 앞으로 2~3년을 못 버틸 운영체제로 만들수는 없다는거죠.

그러므로 적어도 3년 후에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비스타 계열로 갈아탈 수 밖에 없을거에요. 이런 관점에서 너무 비스타 구리다고 비난하지 마시고 시스템 성능이 안되는데 억지로 쓰실 필요는 없지만 좋은 PC를 쓰신다면 미리 정을 들여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