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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9일 수요일

민스미트 작전을 다룬 영화들, The Man Who Never Was (1956), Operation Mincemeat (2021)

민스미트 작전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주둔중이던 시칠리아에 침공하기 위해 연합군의 공격 목표가 그리스인 것으로 독일군을 속여 병력을 시칠리아에서 이동시키려고 영국군 정보 당국이 벌였던 기만 작전입니다. 이 작전에 대한 영화가 지금까지 두 편이 나왔는데, The Man Who Never Was (1956)Operation Mincemeat (2021) 입니다. 이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 최근에 두 편을 연달아 보게 되었는데, 간단하게 실화와 두 영화를 비교하는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실제 작전 및 영화 전체를 언급하므로 당연히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이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깔끔하게 떨어질까 생각해 봤는데, 먼저 영화와 관련된 등장인물과 실제 사실을 간략히 적고 실화와 각 영화와의 차이점을 정리한 후에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는 식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알려진 실제 사실을 적어볼게요.

민스미트 작전의 필요성은 앞서 말했듯 독일군이 시칠리아에 주둔하고 있고, 누가 봐도 시칠리아를 점령하는게 지중해를 장악하는데 가장 유리하고, 당연히 연합군도 시칠리아에 침공하고 싶어했다는데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시칠리아를 침공하고 싶던 연합군은 독일군으로 하여금 연합군의 목표가 다른 곳에 있다고 믿게 해서 병력을 이동시키게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연합군의 공격 목표가 시칠리아 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전략적으로 괜찮은 위치인 그리스인 것으로 속이기로 합니다.

당시 해군정보국의 수장 존 고드프리(Admiral John Godfrey) 제독실에서 작성된 '송어'라는 메모에는 여러 개의 기만술에 대한 간단한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었는데, 이 중 하나를 구체화한게 민스미트 작전입니다. 이 메모를 실제로 작성한 사람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으로, 전후 007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해지게 됩니다.

민스미트 작전은 간단히 말하면 독일군의 정보기관으로 하여금 우연히 나포한 영국군인의 사체에 포함된 소지품의 형식으로 가짜 문서를 얻게 하여 거짓 정보를 넘겨준다는 것입니다. 송어 메모의 간단한 아이디어를 여기까지 구체화한게 찰스 첨리(Charles Cholmondeley) 대위이고, 이 작전을 실제로 구현한게 유언 몬태규(Ewen Montagu) 소령입니다. 구체적으로, 노숙자의 시신을 구해서 윌리엄 마틴(William Martin)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사체로 위장하고 여기에 연합군 수뇌부들의 사적인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이었던 것 처럼 소지품에 넣어서 연합군의 공격목표가 시칠리아가 아닌 그리스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독일군 정보부에 넘기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 마틴의 여자친구 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해 유언 몬태규 팀의 사무직 여성 진 레슬리(Jean Leslie)가 본인의 사진을 제공합니다.

사체는 조작된 소지품들과 함께 조류의 움직임을 감안하여 스페인 연안에 방출되었고, 영국군 정보부의 예상대로 스페인에 있던 독일 정보부 요원에 의해 독일군 수뇌부에게 전달됩니다. 독일 정보부는 이 정보가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시칠리아 주둔군의 규모를 대폭 줄여 그리스로 이동시켰고, 이후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침공하여 점령에 성공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유언 몬태규 팀의 입장에서야 윌리엄 마틴 소령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 것으로 속이기 위해 한 사람의 개인사 전체를 구현하는 과정이 험난했겠지만, 실제로는 이걸로 끝입니다. 여기에 어떤 극적인 과정은 없어요.

어찌됐든 정보전 역사상 최대의 대성공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전후 알음알음 입소문이 돌다가 결국 유언 몬태규 본인이 이 작전에 대한 회고록을 집필하게 됩니다. 1956년판 영화 The Man Who Never Was는 이 회고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후 작가인 벤 맥킨타이어(Ben Macintyre)가 이 작전에 대한 책을 쓰는데, 2021년판 영화 Operation Mincemeat는 이 책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제 실화와 영화의 차이점을 볼까요.

1956년판 영화 The Man Who Never Was는 유언 몬태규의 회고록을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당시에 소설가로 유명해지기 전인 이언 플레밍은 나오지 않습니다. 본인의 회고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본인이 아는 범위 내에서 적었을테고, 송어 메모와 같은 초기 구상은 언급되지 않는 편입니다. 찰스 첨리도 몬태규의 실행팀에 같이 있었던건 아니었는지 아예 빠져 있어요. 앞에서 언급했듯 이야기 자체는 극적인 부분이 없으므로 영화화 과정에서 극적인 부분을 첨가할 수 밖에 없었을텐데, 당시의 명감독인 로널드 님(Ronald Neame)은 영화를 전반적으로 영웅 전기 스타일로 만들었습니다. 유언 몬태규를 영웅적인 선지자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하는 편이고, 진 레슬리의 역할을 둘로 나눴습니다. 유언 몬태규 팀의 여직원으로 팸이라는 여성이 나오고, 팸의 룸메이트로 루시 셔우드라는 여성이 나오게 한 후 팸에게는 작전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면모를 주고 루시에게는 극적인 순간을 주도록 만들었어요. 윌리엄 마틴 소령이 실존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독일측이 스파이를 보낸다는 설정을 넣고, 윌리엄 마틴의 여자친구 사진을 루시 셔우드의 것으로 이용한 것으로 만들어서 스파이가 루시를 쫓게 합니다. 여기에 루시 개인에게 남자친구가 전사한 상황을 제공해 한바탕 연극적인 장면이 나와요. 이 연극을 통해 스파이는 윌리엄 마틴이 실존 인물인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2021년판 영화 Operation Mincemeat는 이미 유명해진 이언 플레밍을 적극 활용합니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기고 아예 유언 몬태규의 팀에 같이 협력한 것으로 각색하죠. 그리고 유언 몬태규의 팀에 찰스 첨리도 함께 한 것으로 나와요. 2021년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 레슬리의 활용인데, 실제로는 20대였던 연령대를 40대로 올려버리고 유언 몬태규와 썸을 타게 합니다. 찰스 첨리가 둘의 관계에 질투하면서 삼각관계까지 만들어 버려요. 작전의 결과도 다른데, 결국 독일 내 반정부 조직에게 작전의 전말이 노출되지만 반정부 조직이 독일군의 실패를 위해 이 작전에 눈감으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만듭니다.

이제 총평을 해볼까요.

1956년판은 전반적으로 유언 몬태규를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전문가물의 경향을 띠고, 마지막에 독일 스파이를 등장시키면서 클라이맥스를 마련하는 등 정석적인 상업영화 문법에 잘 따르도록 각색합니다. 1950년대 영화라 갖는 한계도 좀 보이는데, 영화가 느린 템포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경향이 있어서 빠른 전개에 익숙한 현대 관객에게는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 수 있고, 마지막에 유언 몬태규의 선지자 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바보로 만드는 장면이 걸립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잘 만든 상업영화입니다.

2021년판은 무슨 얘길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어요. 유언 몬태규의 팀은 뭔가 모든 일들이 엉망진창으로 굴러가면서도 끝끝내 작전을 해내긴 하는데, 그것마저 상대가 봐줘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진 레슬리의 연령대를 바꾸면서까지 넣은 삼각관계도 덜커덕거려요. 굳이 왜 넣은건지 모르겠는 플롯입니다. 이언 플레밍도 딱히 나올 이유가 없구요. 그냥 유명하니까 활용한다는 느낌으로, 작중에서 별로 역할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1956년판이 훨씬 나은 영화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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