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Time To Die (2021)
007 시리즈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 직후에 몰아치는 강렬한 액션, 그 이후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뮤직 비디오처럼 나오는 오프닝, 이후의 이야기의 큰 흐름이 공식처럼 정해진 상태에서 작은 변주들로 재미를 주는 구성, 여기에 곁들여지는 아름다운 풍광의 세계 여행, 마지막에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본진에 침투해서 대미를 장식하고 끝나는 흐름까지 영화 한 편 한 편이 다 이러한 공식에 맞춰 제작됩니다. 여기에 언제나 약간의 변주들이 들어가는데, 이 변주가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대한 정도의 차이에 따라 클래식 본드에 가깝다거나 커다란 변화가 들어갔다는 평가만 있을 뿐이죠. 크게 변했다고 평가 받는 작품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멀리 간 경우는 없었다는 느낌이죠. 전전작인 스카이폴에서 기본 공식에 꽤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막상 따지고 보면 뭐 그렇게 멀리 간 것 같지도 않지만), 전작인 스펙터의 경우에는 기본 공식으로 많이 회귀해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었죠. 저는 기본적으로 클래식 본드를 좋아하는 편이라 스펙터도 꽤 재미있게 봤어요. 기본 공식에 맞춘 작품들은 특히 최후반부의 본진 침투 부분이 늘 편리하게 풀리는 편인데, 스카이폴로 007 시리즈에 들어온 팬들이 스펙터에서 이 편리하게 풀리는 부분을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이건 007 시리즈의 약속 같은거라 좀 상황이 편리하게 풀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시리즈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노 타임 투 다이가 특정 부분에서 전작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이 부분에서 실패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초중반까지 상황을 빌드업하는 부분은 전작들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는데, 감독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상당히 꼼꼼하게 묘사하면서 상황을 잘 구축합니다. 기본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본드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어서 작품으로서 거의 역대급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후반부의 본진 침투 부분에서 나옵니다. 기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