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올드만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영화는 평범하게 괜찮은 정도인데, 내용상 2차세계대전 초기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원맨쇼가 영화의 거의 전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반 비중이 없어요. 처칠의 비서와 부인, 정적들 정도만 약간의 비중을 가집니다.
코로나 시국에 본 이 영화가 다른 의미로 좀 당황스러운게, 영국 의회 건물이 공간이 정말 좁더군요. 좁은 공간에 바싹 붙어 앉아서 코 앞에서 튀는 침 다 맞으며 연설을 듣는 구조던데, 이러니 전염병 한번 돌면 남아날 사람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듭니다. 한 명이 감기 걸리면 의원들이 다 같이 걸려있고 막 그럴 것 같은 분위기에요. 영화니까 실제와 똑같지는 않겠지 싶었지만, 저렇게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게 묘사한건 의도적일 것 같아서 영국 하원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엄청 좁기는 마찬가지군요.
한정된 배경과 숨이 가쁠 듯이 좁은 공간을 보고 있자니 처칠이 느꼈던 압박감을 같이 느끼는 듯 하고, 정답이 없는 길에서 괴로워하는 처칠은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흔들리면서도 주저주저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